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총수 증인 소환은 없어졌지만”… 경제위기에 기업 CEO 국감장에 불러세우는 與野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는 4일 정권교체 후 시작되는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가 증인·참고인 신청에서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국정감사(국감) 증인·참고인 신청 명단에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을 국감장에 불러 호통을 치거나 망신을 주는 식의 ‘생색내기용 국감’ 관행은 지양하는 것으로 여야 간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 매진해야 하는 기업인들을 정쟁 속 들러리로 세우는 ‘구태 국감’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올해 국감 증인·참고인 신청 명단에 기업인들이 대거 올라왔다. 10대 그룹 총수들의 이름도 증인 혹은 참고인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최종 확정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요 현안은 실무적인 영역인 만큼 총수보다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임원진이나 전문경영인 등을 불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여야 간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는 4대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제외했다.

현재 10대 그룹 총수 중 증인 명단에 올라온 이름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가 최정우 회장을 증인 명단에 올린 것. 행안위는 최 회장에게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수해 피해 및 대응 관련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이외에도 포항제철소 사내 성폭력 사건 등 올해 포스코를 둘러싼 사안에 대한 질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올해 산자위, 환노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송호섭 SCK컴퍼니 대표. / 각 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인 국감장 소환 명단은 임원진·최고경영자 중심으로 구성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증인으로 이재승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정탁 포스코 사장 등을 채택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국감 증인 명단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이 올라온 상태다.

정무위원회(정무위)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과 남궁훈 카카오 대표를 비롯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준학 농협은행장 등 시중 5대 은행장을 국감장으로 부를 예정이다. 또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와 빗썸 실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 류진 풍산 대표, 차동석 LG화학 부사장, 이승호 삼성생명보험 부사장도 국감 소환 명단에 올라왔다.

환경노동위원회는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 대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대표,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을 국감장에 소환할 예정이다. 또 보건복지위원회는 주원성 쿠팡 전무, 류재민 LG생활건강 부사장, 김영섭 LG CNS 대표 등을 국감장 소환 명단에 올렸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식품기업 CEO들을 대거 소환했다. 임형찬 CJ제일제당 부사장을 비롯해 3대 치킨 프랜차이즈 수장인 윤홍근 제너시스 BBQ 이사회 의장, 박현종 bhc 회장, 권원강 교촌에프엔비 이사회 의장 등이 증인으로 국감장에 설 예정이다. 이외에 박민규 오리온농협 대표, 박상규 농심미분 대표, 황성만 오뚜기 대표, 황종현 SPC삼립 대표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몽규 HDC현산 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남궁훈 카카오 대표, 도세호 비알코리아 대표, 정승욱 제너시스 BBQ 대표, 임금옥 bhc 그룹 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조선비즈

국정감사 준비하는 국회 환노위 회의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환율 시대로 어려워진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책에 더 힘쓴 국정감사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인들을 대거 불러 호통을 치고 망신을 주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국감에 증인으로 불려간 기업인은 연평균 17대 국회에서 52명이었던 숫자가 18대 국회에서 77명, 19대 국회에서 124명, 20대 국회에서 159명으로 급증하는 모양새다. 매년 국감 때마다 흥행과 인지도 상승을 목적으로 대기업 경영인을 국감 증인으로 경쟁적으로 불러왔던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가 마주한 경제적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때 분위기”라며 “그룹 총수나 기업인들을 부르는 게 주목은 받더라도 경쟁적으로 불러 서로 힘겨루기하면서 보여주기식 국감만 될 뿐, 민생경제나 민심에 도움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감사는 정부가 1년간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보고하는 자리다. 기업인과 같은 민간인을 국감장에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 된 것”이라며 “오히려 기업인과 같은 민간인을 부르는 것보다 이번처럼 정권이 교체됐을 경우에는 전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됐는지를 집중적으로 감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영빈 기자(0empt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