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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치솟는 에너지 요금에 거리로 뛰쳐나온 英 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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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50여 곳에서 동시다발 시위

'청구서 소각' 퍼포먼스도

아시아경제

1일(현지시간) 에너지 요금 폭등을 견디다 못한 영국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사진은 시위 소식을 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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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나날이 폭등하고 있는 전기·가스요금에 견디다 못한 영국인들이 1일(현지시간) 5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최근 몇 년 동안 영국에서 발생한 시위 중 최대 규모로, 플리머스에서 애버딘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의 집회가 열렸으며 수천 명이 참가했다. 물가 폭등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 금융 시장 혼란과 주택 모기지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성난 민심은 더 흉흉해졌으며 이날 철도와 우편 노동자들도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단체는 '돈 페이(Don't Pay·지불하지 말라) UK'다.

대학원생이자 '돈 페이 UK' 그룹의 일원인 프랭클린 도슨(29)은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들이) 그들의 생활 수준에 즉각적이고도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데다 이러한 일들이 너무나 분명하게 불공평한 것이기 때문에 격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의미로 에너지 요금 청구서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돈 페이 UK'는 전기 및 가스 요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요금을 지불하지 말라는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19만3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가스값이 80%나 오르면서 올겨울은 지난해보다 에너지 관련 비용을 두 배 이상 지출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 3일(현지시간) 체코의 수도 프라하 도심에서도 에너지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경찰 추산 7만 명이 참가한 이 날 시위에 모인 사람들은 우파와 좌파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국내 문제를 먼저 챙기고 유럽연합(EU)을 탈퇴하라"고 외쳤다.

벨기에에서도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경찰 추산 1만명이 모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는 노동조합이 주도하기는 했으나, 시위 내용은 고물가를 규탄하는 것이었다. 시위대는 '삶이 너무 비싸다', '사람 말고 물가를 잡아라' 등 문구가 적힌 깃발을 흔들었다. 최근 벨기에 일간지 브뤼셀타임스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벨기에 국민의 64%는 "이번 겨울 가스·전기 요금을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러한 시위의 배경에는 EU가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긴 문제가 있다. 외신들은 에너지 위기가 유럽 정치 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이달 1일부터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는 전기 요금이 평균 6.8%, 가스 요금은 15.9% 오른다. 이번 인상으로 인해 올해 들어 전기 요금은 17.9%, 가스 요금은 38.5% 급등했으며, 내년에는 이보다 더 큰 폭의 인상이 예상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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