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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학의 사명은 교육혁신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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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마이클 크로우 애리조나 주립대 총장 ⓒArizona State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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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설립된 애리조나 주립대학(ASU)은 2010년 애드플러스(EdPlus)라는 또 하나의 대학을 만들었다. 2020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몰려온 6만3,000여 명의 수강생에게 문학, 역사학, 리더십, 사회복지, 국제경영, 디자인에서 물리학, 데이터 과학, 보건학, 나노공학에 이르기까지 200여 개의 학습 프로그램(강의)을 제공해 1만여 명의 정규 및 마이크로 학위자를 배출한 온라인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청소년에서 고령 시민, 저학력자에서 고학력자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학습자에게 강의, 연구자료 검색, 기술, 행정을 돌보는 4명의 학습 도우미가 즉각 배치된다. 단순히 강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제대로 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설계된, 매우 손을 많이 타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주립대학은 주 정부 재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교육 혁신의 모험을 할 이유가 사실 없다. 그러나 2002년 취임한 이래 20여 년 동안 총장직을 수행해 오고 있는 마이클 크로우 총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에게는 대학 교육이 주 경계와 국경을 넘어 국가와 인류에 큰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분명한 비전이 있었고, 그 결과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이라는 명성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우리는 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그 원인으로 대학 입학 인구 감소를 가장 먼저 꼽는다. 그러나 위기의 진정한 원인은 대학의 비전 부재와 혁신 아이디어 빈곤에 있다. 그동안 우리 대학들은 교육 공급자 관점에서 제 발로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학점을 주고 학위를 주는 것이 할 일이라는 관행의 산을 넘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교육 주체인 학생의 관점에서 대학의 소임을 생각하지 않았다. 19세기에 만들어진 대학 관행을 따라 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는 대학 교육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해 온 것이 바로 이 시대 대학의 위기다.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학부와 대학원 수준의 프로그램을 학습해 마이크로 학위를 받고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가게 만든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학이 21세기형 대학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또한 재정의 어려움이 위기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교육 혁신은 대학의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애드플러스의 2020년 총매출은 약 1억 달러다. 국내 유수 사립대학 등록금 수입의 절반 수준이다. 그 수입은 대학의 연구와 교육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쓰인다. 정작 할 일을 스스로 찾지 않은 채 주어진 여건 탓만 하고 있었던 우리 대학들의 자성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대학이 가장 잘하는 교육의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만들어진 지속 가능한 재정으로 더 나은 대학을 만들어 그 성과를 사회에 되돌려주는 것이 이 시대 대학에 주어진 엄중한 소명이고 책임이다.

21세기 대학이 21세기다운 일을 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교육부의 규제다. 경직된 규제의 거대한 강을 건너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현실에서 대학의 미래는 없다. 교육부의 규제는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대신 대학은 내부의 자율 규제 원칙을 염격히 만들고 이를 반듯하게 준수해야 한다.

구한말 이 사회의 근대 대학은 참담했던 시절 국민의 간절한 기대를 한몸에 받은 희망의 아이콘으로 시작했다. 우리 대학이 시대정신에 맞는 교육 혁신으로 국민의 따스한 신뢰의 시선을 다시 회복해야 할 때다. 사회에 강하고 선한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교육 혁신이 대학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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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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