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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감사원, 문 전 대통령에 ‘서해 피격’ 서면조사 통보···민주당 “정치보복”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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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인 사정 정국 속 첫 직접 조사

문 전 대통령측 “불쾌” 거부 의사 밝혀

4일 국정감사 앞두고 여야 관계 더 악화

경향신문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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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서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정국이 펼쳐졌지만 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정기국회에서 여야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민주당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 통보를 보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지시를 했는지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7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본감사에 착수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국방부,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 9개 기관이 감사 대상이었다. 2020년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 총격에 숨진 뒤 시신이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월북했다’고 발표한 경위를 따지기 위해서였다.

감사원은 지난달 해당 기관에 대한 감사를 대부분 마치고, 문재인 정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핵심 관계자들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감사원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통령측 관계자는 “서면 조사를 하겠다면서 질문지를 보낸다고 했지만 받지 않겠다고 수령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중인 내용은 어떤 내용도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감사원의 서면조사 통보 보도에 경악한다”며 “정치보복의 타깃이 문 전 대통령임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건인데 퇴임한 대통령을 욕보이기 위해 감사원을 앞세운 정치보복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온갖 국가 사정기관이 충성 경쟁하듯 전 정부와 전직 대통령 공격에 나서고 있어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고 적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전 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어이 윤석열 정부의 칼날이 문 전 대통령을 향했다”며 “개천절을 맞아 혹시 단군할아버지까지 잘못을 찾는 감사원인가 의심된다”고 했다.

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감사원 조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모인 ‘초금회’도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을 옹호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서해 공무원 관련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6시간동안 우리 국민을 살리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문제와 월북으로 규정한 과정 등의 책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은 법상 독립된 지위를 갖는 헌법기관”이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감사원의 모든 노력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가능성만 거론되던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조사가 실제 추진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는 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 여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향후 감사원 국감 등을 통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대통령실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검찰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선원 북송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전직 국정원장과 안보실장 등을 불러 책임자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안팎과 정치권에선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조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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