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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74명 숨진 인니 '축구장 참사'…최루탄 발포 경찰 과잉 진압 논란(종합3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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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팀 패배에 흥분해 경기장으로 난입한 관중들 뒤엉켜 참사

FIFA 규정 어긴 경찰 과잉 진압이 대규모 사망 원인이라는 지적

뉴스1

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에서 벌어진 난동으로 174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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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에서 벌어진 팬들의 난동으로 174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일각에선 현지 경찰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안전 규정을 어기고 경기장에서 최루탄을 발포하는 등 과잉 진압한 것이 대규모 참사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는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말랑리젠시의 칸주루한 축구경기장에서 전날 밤 10시쯤 '아르마 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끝난 뒤 벌어졌다.

20여년 만에 홈팀인 아르마 FC가 3-2로 패하자, 분노한 관중 3000여명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해,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만 17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최루탄 가스에 질식사하거나 인파에 깔려 압사했다. 사망자 중엔 다수의 어린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약 300여명의 부상자가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11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지 경찰이 난입한 팬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발포했고, 이를 피하려는 팬들이 출입구 쪽으로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아핀타 경찰서장은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출구로 몰리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등에 올라온 영상에는 엄청난 양의 최루탄과 울타리 등을 기어 올라가는 사람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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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말랑 리젠시의 칸주루한 구장에서 '아르마 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축구팀의 경기가 끝난 후 경찰이 그라운드로 난입한 관중들을 진압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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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최루탄 발포 '과잉 진압' 논란…FIFA 규정 위반했나


이 같은 현지 경찰의 대응을 두고 '과잉 진압'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장 안전·보안 규정' 제19조에 따르면 선수와 관계자를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기장과 주변에 경찰을 배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총포류나 최루탄과 같은 '군중 제어 가스'(crowd control gas)의 소지나 사용은 금지된다.

경찰이 이 같은 FIFA의 규정을 어기고 과잉 진압을 해 더 큰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경찰은 분노한 팬들의 난동이 참사의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사망자엔 2명의 경찰관도 포함돼있고 10대 이상의 경찰차가 파손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에는 수용 인원인 3만 8000명을 웃도는 4만2000여명이 입장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축구협회는 일주일간 리그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도 안전 확보가 이뤄질 때까지 무관중 경기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사건의 구체적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조의를 표하며, 모든 축구 경기에 대한 안전을 검토하라고 밝혔다. 또 사건 원인을 철저시 수사하라고 경찰 당국에 지시했고, 안전 점검이 완료되기 전까진 모든 축구 경기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인도네시아 칸주루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레마 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가 끝난 뒤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로 축구계가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축구와 관련된 모든 이에게는 암울한 날이며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극적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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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축구 경기장에서 1일(현지시간) 최소 174명이 숨지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 AFP=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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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4년 페루 참사 이후 사망자 두번째로 많아

한편 이번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1964년 5월 페루 리마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1964 도쿄올림픽 예선 경기 참사 이후 역대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리마에서는 0-1로 뒤지던 페루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으나 주심이 무효를 선언한 데 격분한 페루 관중이 경기장으로 뛰어들면서 약 320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했다.

1996년 10월엔 과테말라 시티에서 열린 과테말라와 코스타리카의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 경기를 앞두고 출입구에 관중이 몰리면서 79명이 압사하고 150여명이 다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1월 카메룬 야운데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16강전에서 카메룬이 코모로에 2-1로 승리해 8강에 오르자 흥분한 팬들이 경기장으로 몰려들어 6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여명이 다쳤다.

rea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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