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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박기자 쇄담] 4년만의 만남, 코리아오픈 결승 샤포발로프 vs. 니시오카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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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만점’ 왼손잡이 간 맞대결

대회 마치고 일본으로 이동

[쇄담(瑣談) : 자질구레한 이야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결승에서 데니스 샤포발로프(23·캐나다·세계 24위)와 니시오카 요시히토(27·일본·56위)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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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샤포발로프(왼쪽)와 니시오카 요시히토가 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센터코트에서 맞붙는다.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대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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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포발로프는 준결승에서 미국의 젠슨 브룩스비(22·46위)를 2대0(7-5 6-4)으로 물리쳤다. 니시오카는 알렉산드르 코바체비치(24·미국·222위)를 2대1(6-3 4-6 6-3)로 침묵시켰다.

KAL컵 코리아오픈(1987~1996년) 이후 26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ATP 투어 대회다. 2일 오후 1시 반에 열리는 결승을 앞두고 대미를 장식할 이들의 경기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캐나다 세계 2위’ vs. ‘일본 세계 1위’

샤포발로프는 원래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테사는 구(舊) 소련 테니스 팀의 선수였다. 테사는 남편 빅토르와 소련이 붕괴될 당시에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부모의 영향으로 샤포발로프는 러시아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후 테사는 이스라엘에서 테니스 코치로 일하기도 했다.

샤포발로프의 가족은 그가 한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샤포발로프는 5살에 라켓을 잡았는데, 어머니 테사는 그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직접 캐나다 온타리오주 반(Vaughan)에서 ‘테사 테니스’라는 이름의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테사는 여전히 아들의 코치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포발로프는 2016년에 한국의 정윤성(24) 등을 격파하며 윔블던 주니어 단식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7년 9월에 세계 51위에 오르며 ‘세계 톱 50′을 가시권에 두었고, 19세이던 2018년엔 ‘톱 30′에 진입했다.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서의 기량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만개했다. 샤포발로프는 2020년 US오픈 8강에 합류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2020년 9월 당시에 커리어 하이인 세계 10위까지 올랐다. 작년 윔블던 4강 및 올해 호주오픈 8강 진출이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작성했다.

현재 샤포발로프의 세계 랭킹은 24위다. 동료 펠릭스 오제알리아심(22·캐나다·13위) 다음으로 높아 ‘캐나다 세계 2위’다.

일본 쓰시 태생인 니시오카는 19세이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테니스 단식 금메달을 거머쥐며 국내 팬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키가 170㎝인 니시오카는 현재 ATP 투어 선수 가운데 디에고 슈와르츠만(17위), 세바스티안 바에즈(36위·이상 아르헨티나)와 함께 ‘최단신’ 선수로 분류된다.

투어 최장신인 211㎝ 라일리 오펠카(38위)나 208㎝인 존 이스너(43위·이상 미국) 등과는 무려 40㎝ 가까이 차이가 난다. 테니스는 키가 클수록 더 유리하다. 타점 높은 서브와 내리꽂는 식의 스트로크로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시오카는 이러한 신장 격차를 코트 사방을 커버하는 빠른 발과 점프하며 체중을 실어 때리는 깊숙한 샷과 같은 실력으로 이겨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윔블던 1회전에서 이러한 무기를 앞세워 키 208㎝인 이스너를 3대2(7-6<7-5> 2-6 6-3 6-7<3-7> 6-4)로 물리치기도 했다.

메이저 대회에서의 성적(2020 호주오픈 32강, 작년 프랑스오픈 및 윔블던 2회전)은 아직 주목할 만한 게 없지만, 니시오카의 최근 상승세는 뜨겁다. 니시오카는 지난 8월에 열린 ATP 투어 시티오픈에서 앨릭스 디미노어(호주·22위) 러시아의 카렌 하차노프(18위)와 안드레이 루블료프(9위) 등 톱 랭커들을 연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비록 결승에서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호주·20위)한테 0대2(4-6 3-6)로 졌지만, 이때의 활약을 계기로 현재 세계 56위까지 올라 있다. 일본 선수 중에선 세계 랭킹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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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열린 ATP 투어 시티오픈 시상식에서 니시오카 요시히토(왼쪽)와 닉 키리오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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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투어 타이틀 1개씩 보유, 4년만의 맞대결

샤포발로프와 니시오카는 ATP 투어에서 뛰며 한 개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샤포발로프는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스톡홀름 오픈에서 필립 크라이노비치(세르비아·42위)를 2대0(6-4 6-4)으로 꺾고 첫 우승을 맛봤다. 샤포발로프는 이후 2019년 11월 파리 마스터스, 2021년 5월 제네바 오픈, 2021년 11월 스톡홀름 오픈에서 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쉬움을 삼켜야만 했다. 특히 파리 마스터스에선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7위), 제네바 오픈에선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에·2위)한테 무릎을 꿇었다.

니시오카는 2018년 9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선전 오픈에서 프랑스의 피에르-휴스 허버트(250위)를 2대1(7-5 2-6 6-4)로 제압하고 첫 우승을 만끽했다. 특히 니시오카는 당시 대회 2회전에서 샤포발로프를 만나 2대1(7-6<7-5> 3-6 7-5)로 이겼다. 이때의 만남이 현재 둘 간의 유일한 만남이다. 코리아오픈에서 약 4년 만에 재대결하게 되는 셈이다.

샤포발로프는 3년, 니시오카로서는 4년 동안 ATP 투어 정상에 오르는 맛을 못 봤다. 이들은 2일 결승을 마치고 3일부터 열리는 재팬 오픈에 나선다. 우승 트로피와 함께 일본행 비행기 탑승을 노린다.

◇개성 만점 왼손잡이

샤포발로프와 니시오카 모두 왼손잡이 선수다. 샤포발로프는 특히 대범하고 공격적인 원핸드 백핸드를 활용한다. 샤포발로프는 “(로저) 페더러를 보며 원핸드 백핸드를 시작하게 됐다”며 “페더러는 내가 테니스 선수로서의 꿈을 갖게 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오른손잡이인 페더러 역시 선수 시절에 원핸드 백핸드를 구사했다. 샤포발로프의 백핸드는 빠른 라켓 스피드를 통해 구사돼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종종 강속 서브를 앞세운 서브 앤드 발리를 통해 빠르게 포인트를 따오기도 한다.

니시오카는 투핸드 백핸드를 구사한다. 키가 작아 타점 높은 강속 서브는 어렵지만, 점프하며 체중을 실어 때리는 깊숙한 투핸드 백핸드 샷은 어느덧 니시오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대회 기간 동안 상대방이 손도 쓸 수 없는 니시오카의 날카로운 샷에 관중들의 탄성이 저절로 터지기도 했다.

이들은 또 테니스계에서 개성 있는 스타로도 유명하다. 샤포발로프는 코로나로 많은 대회가 취소됐던 2020년 8월에 ‘샤포(Shapo)’라는 이름으로 그의 데뷔 랩 싱글인 ‘Night Train’을 발매한 적도 있다. 노래에서 샤포발로프는 그가 의심과 역경을 딛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과정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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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샤포발로프의 데뷔 랩 싱글 앨범인 'Night Train'. 왼쪽 하단에 '샤포(Shapo)'라는 이름이 있다. /샤포발로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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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포발로프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장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원정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엄청난 축구팬은 아니지만 리버풀을 응원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이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도 알고 있다”며 “한국 매장에서 이 옷을 보고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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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샤포발로프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축구 국가대표팀 원정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대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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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카는 귀걸이를 착용하고 염색을 하는 등 멋을 낼 줄 아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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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카 요시히토가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의 왼쪽 귀에 귀걸이가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대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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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도 왼쪽 귀에 귀걸이를 걸었고, 머리카락도 빨갛게 물들였다. 그는 “일본이나 아시아에선 어떻게 보여 줘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누가 뭐라 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본인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자신만의 방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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