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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자숙하고 복귀하면 끝? '마약 연예인' 잊을만하면 나오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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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 작곡가와 사업가인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가 2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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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가수 돈스파이크(45ㆍ본명 김민수)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면서 연예인 마약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연예인 마약 사건을 정리했다.

연예인이 마약 사건에 연루된 첫 대형 사건은 1975년에 발생했다. 락의 대부 신중현과 조용필, 김세환 등 인기가수 18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된 ‘대마초 파동’이었다. 조용필은 1979년까지 활동금지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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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흡연 사건 재판을 받고 있는 신중현.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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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선 "대마초 금지, 행복추구권 침해" 위헌 소송



가수 전인권은 1987년부터 2008년 사이에 마약과 관련해 5차례나 구속을 당했다. 1987년, 1992년에는 대마초 흡연 혐의로, 1997년과 1999년, 2008년에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2014년 인터뷰에서 “나이 쉰이 넘으면 자제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땐 그걸 못해서 무시무시한 경험을 했다”며 “출소한 뒤 2, 3년 있다가 정신병원에 갔다. 교도소가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룹 ‘부활’의 리더로 잘 알려진 김태원도 198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됐고, 1991년에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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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이후 석방되는 개그맨 신동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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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가수 이승철 마약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1980년대에도 두 차례 대마초 흡연 혐의로 입건된 적이 있던 이승철은 1990년 11월 대마초 흡연 사실이 또 다시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이후 수년 간 방송에 출연할 수 없었다. 1994년에는 영화 ‘투캅스’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 박중훈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10여 년 후 영화시사회 기자회견에서 “인생에서 루저라고 느낄 때는 십수년 전에 법령을 위반해서 큰 집(교도소)을 갔다 올 때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개그맨이자 MC인 신동엽도 1999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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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박재상)가 대마초 흡연 혐의로 연행된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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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마약사건은 더욱 늘었다. 2000년에는 `넌 할 수 있어‘ 등의 히트곡을 부른가수 강산에가 대마초 흡연 혐의를 받았다. 그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일산동의 자택 등 국내외에서 8차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았다. '월드스타' 싸이도 2001년 대마초 흡연 사실이 적발된 적이 있다.

배우 김부선도 1983년부터 여러 차례 대마관리법 위반 등으로 적발돼 실형을 살고 벌금을 냈다. 하지만 그는 2004년 “대마초 흡연을 막는 건 헌법의 행복추구권을 위배한 위헌”이라며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하기도 했다. 법원은 어느정도 규제는 필요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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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부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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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탑, 박유천 등 아이돌 가수도 마약 복용



배우 주지훈은 2009년 엑스터시 등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자숙의 시간을 가진 그는 3년 뒤인 2012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복귀했고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2년에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연예인들이 대거 적발돼 연예계가 술렁였다. 방송인 에이미(본명 이윤지), 배우 이승연, 박시연 등이 미용 시술과 통증 치료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상습적, 불법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승연과 박시연은 2013년 재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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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방송인 에이미(본명 이윤지)가 2014년 7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적인 에이미는 2012년 프로포폴 투약과 2014년 졸피뎀 투약으로 두 차례 처벌을 받고 강제 출국을 당했다. 지난해 1월 국내에 입국한 그는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가 최근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아이돌 가수도 마약 파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빅뱅 멤버 탑(본명 최승현)은 2016년 자택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가 군 복무 중 드러나 재판을 받았다. 이후 2017년 7월 법원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빅뱅 지드래곤도 2011년 대마초를 흡입해 물의를 일으켰지만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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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탑(본명 최승현)이 2017년 6월 2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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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동방신기 출신인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마약 복용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 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는데 최초 해명 때 이를 강력히 부인해 논란을 키웠다. 기소되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를 번복해 1년 만에 온라인 방송 등에 복귀했고 국내외에서 팬미팅을 열기도 했다. 최근에는 10월 개봉 예정인 영화 ‘악에 바쳐’ 주연을 맡아 본격적인 국내 활동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마약사범 44%는 1심서 집행유예



이처럼 ‘집행유예→자숙→복귀’로 이어지는 관행은 연예인들을 마약의 유혹에 쉽게 빠뜨리는 측면이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사범 4747명(2021년 기준) 중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2089명으로 전체의 44.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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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9년 7월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구치소를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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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행정학 석좌교수는 "마약사범 중 특히 초범에 대한 양형이 가벼운 이유는 마약 복용으로 제3자에게 미친 피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사실 이 자체가 마약 사용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측면이 있다"며 "형벌에 의한 범죄 억제 효과가 약화되기 때문에 제3자는 물론 본인 역시 습관성 마약 복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약사범에 관대한 국내 법 체계를 손볼 때가 됐다는 지적과 함께 특히 연예인들의 범죄는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최근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연예인 마약 범죄의 경우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양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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