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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절대 인정 못해"… 푸틴 우크라 영토 병합에 국제사회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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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우크라, 빼앗긴 땅 수복 권리 있어"
중립 스위스, 친러 伊 차기총리도 '불인정'
병합 규탄 안보리 결의는 러 반대로 무산
한국일보

지난달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강제 병합을 자축하고 있다. 모스크바=스푸트니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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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러시아에 병합하겠다고 선언하자 국제사회가 일제히 규탄했다.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주요국은 병합 조치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우크라이나가 맞서 싸울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은 무산됐다.

EU 27개국 정상 “주민투표는 무효”


지난달 30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 정상으로 구성된 EU 이사회는 공동 성명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 합병을 단호히 거부하며 분명히 규탄한다.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크렘린궁에서 열린 합병 기념식에서 “러시아에 4개 지역이 새로 생겼다”며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선언하고 관련 조약에 서명한 데 대한 대응이다.

정상들은 “러시아는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고의로 위태롭게 하고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명시된 핵심 원칙인 독립, 주권, 영토 보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기본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함으로써 세계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점령지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 역시 ‘불법’으로 규정하며 “이런 결정은 무효이고 어떠한 법적 효력도 얻을 수 없다”며 “모든 국가와 국제기구가 이 불법 합병을 분명하게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영토 병합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전쟁에 참여하지는 않겠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강화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땅을 수복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신속가입을 신청한 것에 관해서는 “신규 회원국 가입은 30개 기존 회원국의 합의로 결정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도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라며 비판 행렬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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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왼쪽 세 번째)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강제 병합을 축하하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스포트니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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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伊 차기 총리도 “서방 단결해야”


개별 국가들의 규탄도 잇따랐다. 영국 정부는 엘비나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입국을 금지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앞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폭력을 이용해 국경선을 고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그가 이 불법적인 전쟁에서 반드시 패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러시아의 점령지 병합에 대해 “국제법과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며 “프랑스는 이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한 친러 성향 우파연합이나 전통의 중립국 스위스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위스 연방 각료들의 회의체인 연방 평의회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점령지 병합을 불인정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를 예약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합병 조약 서명에 대해 “법적, 정치적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멜로니 대표는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유럽 대륙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는 소련식 신제국주의 비전을 또다시 드러냈다”며 러시아의 야망에 맞서 서방이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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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차기 총리에 당선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가 지난달 26일 로마 선거본부에서 '고맙습니다 이탈리아'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웃고 있다. 로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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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도 등 안보리 결의 기권


그러나 강제 합병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결국 부결됐다. 당사자이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다. 결의안에 반대한 나라는 러시아 하나였고, 중국·인도·브라질은 기권했다. 나머지 10개국은 모두 찬성했다.

결의안 초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주민투표를 “불법적이고 효력이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에 주민투표 결과와 해당 지역들의 영토 변경을 승인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을 발의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표결에 앞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영토를 힘으로 빼앗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초해 유엔이 세워진 것”이라며 결의안 채택을 호소했다. 그러나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상임이사국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여러분은 정말로 러시아가 그런 초안을 지지할 거라고 기대하느냐”고 반문했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안보리 결의 무산에 따라 미국은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한 유엔총회 결의안을 대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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