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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교도소 나서자 '출소뽕'…마약사범 10명 중 8명 3년내 다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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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편집자주] 해마다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마약 투약·유통·공급 혐의로 붙잡힌다. 온라인에서 마약이 종류별로 팔리고 어느 도시 한편에선 대마가 자란다. 중독은 강하지만 치료는 요원하다. 마약청정국에서 마약위험국이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파멸의 씨앗 마약, 오늘도 누군가](上)①마약사범 10명 중 8명, 3년 이내 마약…교도소에서 정보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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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 20년 가까이 하면서 나한테 서너번 잡힌 사람도 수두룩해요."

20여년 간 마약수사를 하며 1500명 이상 검거한 국내 1호 '마약범죄전문수사관' 김석환 성남중원경찰서 형사과장의 말이다.

마약을 다시 투약하는 것을 가리키는 '출소뽕'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재범은 흔하다. 김 과장은 "마약류를 상습 투약해 복역한 이들이 출소하면 마중나간 공범들이 고생했다고 마약을 다시 주는 일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김 과장만의 얘기는 아니다. 마약 범죄를 반복해 검거되는 이들은 연간 2000명에 달한다. 이들 중 80%가 3년 이내에 다시 마약 범죄를 저질렀다. 중독을 치료하지 못한다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마약 재범 지난해 2700명…10명 중 8명, 3년 이내 마약에 손 댄다

마약 범죄 재범률은 증가세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사람 중 동종 전과가 있는 사람은 2695명으로 전년 대비 2256명이었던 것에 비해 19.4% 늘었다. 2020년에는 2671명으로 전년보다는 소폭 줄었으나 2년 전인 2018년보다는 18.4% 가량 늘어난 수치다.

마약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특성을 지닌다. 2020년 마약 재범자 중 3년 이내에 다시 검거된 사람은 2178명으로 전체의 81.5%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해 전체 동종 범죄 재범자 중 3년 이내 검거된 비율은 66.2%(13만1057명)다.

마약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들은 수감 생활을 하며 금단증상을 겪는다. 지난 5월 서울 구로구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채 행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최모씨(42)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금단증상을 호소했다.

최씨는 지난 16일 결심공판에서 "골이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다. 또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앞두고는 취재진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소와 두통은 대표적인 필로폰 금단증상으로 꼽힌다.

중독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금단증상은 출소 후 재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판사 이재욱)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류관리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56)에게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9월쯤 3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A씨는 지난 2019년에도 마약류관리법으로 실형해 처해져 지난해 3월까지 복역했다. 출소 이후 6개월만에 A씨는 마약에 손을 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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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해 1명을 숨지게 한 40대 A씨가 지난 5월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중국 국적 피의자 A씨는 지난 11일 오전 6시쯤 구로동 공원 앞에서 60대 B씨의 안면부를 발과 깨진 연석(도로경계석) 등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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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치료해야 악순환 끊어낼 수 있어

교정시설에서 마약사범을 다루는 방식이 교화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전국 교도소에서는 마약 사범은 '파란 명찰'을 부여하고 다른 범죄 사범들과 분리해 가둔다. 마약 범죄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이다.

마약 전문 경찰들은 단순 투약 사범이 제조·유통 사범과 섞여 정보공유를 통해 진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약 사범이 같은 방에서 생활하면서 친분이 쌓이고 마약 구매 등 범죄 경로에 대한 정보 공유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수사계장은 "마약범죄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모르는 익명성을 지니는데 수형시설 안에서 서로 알고 친해지면 출소 이후에 서로 접근해 다시 마약을 주고받는 행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중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처벌만큼이나 치료·재활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 치료를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가 있지만 관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와 성인 대상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된 마약사범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교육을 전담한다. 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선도·교육 대상 인원은 1162명이다. 반면 전국 9개 지부에 교육 담당 인원은 10명 수준이다. 1명당 100명 이상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꼴이다.

마약 중독자를 중독에서 치료해줄 기관 역시 부족하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치료보호기관은 총 21곳이다. 이중 지난해 각각 164명, 107명을 치료한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창녕시 국립부곡병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운용되는 곳은 전무하다.

이 두 병원을 제외하면 지난해 1명이라도 치료한 병원은 단 5곳이다. 이 기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경기 의왕시 계요병원에서 2명씩 치료했다. 서울 은평구 시립은평병원, 부산 연제구 부산광역시의료원, 대구 서구 대구의료원은 1명씩이다.

마약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중요한 만큼 전문가들은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실장은 "마약 중독자들을 전과자로만 만들어놓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가 치료와 재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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