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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오판에 '흔들린 우정'…3연임 시진핑이 벌벌떠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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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2018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시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후 직접 만든 요리를 나눠먹으며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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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의 우정에 한계란 없다."

지난 2월 4일 우크라이나 침공 3주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후 이 같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무제한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8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그 같은 문언을 공유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이 전쟁에 대해 '의문과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것이 양국 관계의 위기를 뜻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이 같은 불협화음이 매우 이례적이며 중국이 러시아에 무조건적인 동맹국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은 안정적 발전이 최우선이라던 중국과 유라시아 대륙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넣는 한편, 결과적으로 서방세력의 단합을 불러왔습니다. 단기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 중국을 포함해 세계 경제가 맞는 유탄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푸틴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81년 만에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군사 동원령'을 발령하고 편입을 강행한 점령지가 공격당하면 핵무기로 대응할 것을 암시하며 폭주하고 있습니다.

美에 대한 적의로 뭉친 中·러…푸틴의 오판에 모순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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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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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 간 우정의 토대는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공통된 적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러시아가 전쟁에서 푸틴의 의도대로 승전보를 울렸다면 가뜩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지 얼마 안 된 미국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에게도 남는 장사였습니다. 미국의 약화는 중국에 최대 호재일뿐더러 러시아의 성공적 침공은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강조해온 대만에 대한 무력 병합 시나리오에도 긍정적 신호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세계적 권위의 국제전략연구소(IISS)가 "이번 전쟁이 시 주석을 언짢게 할 요소는 매우 많다"고 지적했듯이 예상을 깨고 전쟁이 장기화하고 러시아의 패전 가능성까지 나오는 상황은 중국에도 큰 전략상 후퇴입니다. 시 주석은 미국을 견제하고 야심을 충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필요로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 주석에게 푸틴 대통령은 '귀중한 자산'이라기보다 '부담스러운 존재'인 모순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나토 동진에 골머리 앓는 中…한국에 "국익 도움 안돼"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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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환구시보 전 편집인이자 공산당의 입으로 통하는 후시진은 한국이 나토 사이버방위센터에 가입하자 "우크라이나 꼴 날 수 있다"는 망언을 쏟았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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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7개국(G7) 등 서방 연합 세력의 쇠퇴는 필연적이라고 선전해왔습니다.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중국은 '나토의 아시아화'를 큰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죠.

그런데 전쟁이 러시아가 내세운 명분 중 하나인 나토에 대한 견제를 이루기는커녕 오히려 나토는 결속하고 결과적으로 동진시킨 격이 됐습니다. 중립국 지위를 유지해왔던 스웨덴, 핀란드가 곧 가입예정이고 기존 나토 회원국들은 도미노처럼 국방비를 늘릴 태세입니다.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 때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이 처음 참석한 데 이어 이달 27일에는 유럽에 나토 한국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이 승인됐습니다. 중국은 한국이 나토와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자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되고 지역 분열과 대립만 악화시킬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줄곧 내비쳐왔습니다.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리더십도 강해졌습니다. 지난 21일 세계지식포럼에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미국의 리더십이 중동에선 상당히 약화된 게 사실이나 유럽과 동아시아에서는 더 강력해졌다"며 "나토를 보면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고 한미 관계, 미·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목의 역사 긴 중·러 관계…"양국 장기적 파트너 못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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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3월 2일 중국 헤이룽장성 전바오다오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중국-구소련 군인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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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과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협력보다 반목과 대립의 역사가 깊습니다. 현재 합동군사연습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식 조약으로 맺어진 동맹국은 아닙니다. 구소련 시절 스탈린 사후 공산주의 노선을 두고 양국은 격렬한 이념 투쟁을 벌였으며 1969년에는 국경 문제로 전쟁을 벌여 핵무기 사용까지 언급되는 등 극단적 대립으로 치달은 적도 있습니다. 양국 관계가 개선된 것은 최근 30년 남짓에 불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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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유럽의 전직 정상들과 안보 전문가들.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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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유럽의 전직 정상 및 안보 전문가들도 "중·러 밀착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견고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에스코 아호 전 핀란드 총리는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말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두 국가는 그리 밀접한 파트너는 아니었다"며 "양국 관계 기저에 어떤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회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전술적으로 3~5년간 중장기 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돈독한 파트너가 될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러 관계는 무엇보다 가치 동맹이 아닌 편익에만 기반해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가치 아래 뭉치는 서방과 비교해 공유할 가치가 없다 보니 아무래도 얕은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사회주의 이념이 있다고 하나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현재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베트남, 쿠바 등)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한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전쟁을 벌였을 정도로 서로 소원한 관계입니다.

제3세계서도 변화 조짐…中'최악 시나리오'는 푸틴 실각후 美·러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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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양자회담 중인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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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그동안 '글로벌 사우스'(제3세계)가 미국 편을 들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려는 것에 큰 의의를 둬왔습니다. 군사조약으로 맺어진 동맹이라곤 북한뿐이고 진정한 우호 관계라고 할 만한 나라는 파키스탄 정도인 중국에게 이들 제3세계 국가의 지지 여부는 미국과 경쟁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립을 유지하던 이들 사이에서 최근 변화의 기미가 번지고 있습니다. 제3세계의 대표 격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SCO 정상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그동안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던 것을 철회하고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며 비판적 시각을 직설적으로 밝혔습니다.

인도는 최근 유엔 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영상 연설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외에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러시아의 위성국가 벨라루스를 필두로 북한, 시리아, 쿠바 등 6개국에 불과했습니다.

무엇보다 시 주석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푸틴 대통령이 실각하고 러시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경우입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슷한 역사적 전례도 있습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많은 이의 예상을 깨고 방중을 단행해 마오쩌둥과 회담하고 극적인 미·중 화해를 이뤄냈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포섭해 구소련에 대한 포위망을 형성했고 이는 구소련의 붕괴와 냉전 종식의 단초가 됐습니다.

지난 3월 '방어적 현실주의' 이론의 대가인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과 나토, EU는 러시아를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러시아를 포괄하는 형태로 유럽 안보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모스크바에 새 지도자가 탄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 목표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만약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과거 미·중이 함께 구소련을 견제한 장면이 미국과 러시아가 중국을 포위하는 장면으로 중첩되는 것입니다.

시주석, 3연임 확정 후 '전쟁 중재' 적극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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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 시작되는 당대회에서 시주석의 3연임 확정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마오쩌둥 이후 아무도 얻지 못한 ‘인민영수’칭호와 함께 중국이 ‘1인 독재국가’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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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황이 중국의 이익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약해진 러시아가 대(對)중 경제 의존도를 더 높이면 항구적으로 중국에 볼모로 잡혀 발이 묶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연임 확정을 전후로 정권 안정이 최우선 과제일 시 주석에게는 그런 불확실한 장기적 이득보다 현재 정세로 인한 불안감이 훨씬 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시 주석은 내달 16일 예정된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뒤 지금까지 관망적 태도를 보였던 것을 버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전쟁 중재에 나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겨지는 행보를 최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양제츠 중국 공상단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종일 회담을 했습니다. 이어 '시 주석의 충실한 입'으로 불리는 왕이 외교부장은 유엔 총회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독일·우크라이나·러시아·호주 외무상, 그리고 나토 및 유엔 사무총장 등과 연달아 만나 6일 동안 총 48회나 회담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재 급선무는 휴전"이라며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습니다. 베이징발 외교 소식통은 "전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중국이 갑자기 휴전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꺼낸 것은 지도부의 전쟁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습니다.

당 대회 이후 11월 중순에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푸틴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이때 과연 어떤 외교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토요일 연재되는 '한중일 톺아보기'는 한중일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을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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