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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서울 넘어 지방으로 가요”… 보폭 넓히는 외국 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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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멕시코 등 각국 대사들

자국 음식·영화·음악 알리기 위해

전주·김포·부산 돌며 문화축제 참여

정책 협력·기업 간담회도 지방에서

한류 덕분에 지방도 많이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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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이탈리아 문화주간이 열린 전북 전주 한옥마을 다목적관 앞 무대에서 이탈리아 가곡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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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비빔밥으로 유명한 예향의 도시 전북 전주에서 지난 23~29일 이탈리아 음식과 영화, 문학작품 등을 소개하는 ‘이탈리아 문화 주간’이 열렸다. 외국 정부가 주관하는 문화 주간 행사가 서울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오프닝 리셉션은 전주 향교에서 열렸고, 전주의 명소 한옥마을에서 이탈리아 가곡과 마임 공연, 에스프레소 체험 행사 등이 열렸다.

앞서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은 지난 6월 강원 춘천에서도 자국 지역별 농특산물을 전시, 판매하는 ‘챠오(Ciao·안녕) 이탈리아’를 개최했으며, 1일 경기 김포에서 ‘이탈리아 문화의 날’ 행사를, 26일 부산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 더 콘서트’를 주관한다.

서울에 대사관을 둔 각국 대사들의 발걸음이 부쩍 바빠졌다. 그간 각국 대사들의 활동 반경은 외교부가 위치한 서울에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엔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자국을 알리는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자신의 활동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경우도 보편화되고 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지난달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한 뒤 대형 돌하르방 석상 옆에서 찍은 사진을 대사관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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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지난달 15일 제17회 제주포럼 참석을 위해 방문한 제주도에서 대형 돌하르방 석상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주한뉴질랜드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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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이 강대국·주변국을 넘어서 지구촌 전반으로 확대되고,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서울 이외 지역의 해외 인지도도 높아지면서 대사들이 덩달아 바빠지는 양상이다.

올해 한국과 수교 60주년인 중남미 멕시코의 125년 전통 향토 악단 ‘마리아치 바르가스 데 테칼리틀란’은 주한 멕시코 대사관 등 후원으로 오는 7~8일 전주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 멕시코 대사는 “이번 공연은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멕시코 문화 행사의 대미(大尾)”라며 “문화 홍보 영역을 (서울 바깥으로도) 넓힐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대사들의 전국 출장은 문화 홍보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행정 중심지 세종시에는 올 들어 각국 대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라트비아의 아리스 비간츠 주한 대사는 지난달 28일 세종시를 방문해 최민호 시장 등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이어 국립세종도서관을 방문해 라트비아 100년 현대사와 외교에 관한 책자도 기증했다.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 역시 세종을 찾아 스마트 도시 등에서의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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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파일라(왼쪽에서 둘째)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지난달 23일 열린 ‘이탈리아 문화주간’ 오프닝 리셉션에 참석해 우범기(맨 왼쪽) 전주시장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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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임한 에스토니아의 스텐 슈베데 주한 대사도 올 초 세종시를 방문, 주요 지역 정책들을 소개받고 에스토니아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슈베데 대사는 지난 8월 경기 고양시를 찾아 이동환 시장과 만나 자국 기업의 고양시 진출을 위한 환경 조성 등 앞으로의 교류 방안도 논의했다. 슈베데 대사는 “한국 기업들에 에스토니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높이고, 또 우리 투자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울산광역시를 찾은 바킷 듀센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는 울산 수출 기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들의 카자흐스탄 진출과 지자체 간 교류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영남권 지역의 양국 교류 업무를 지원하게 될 주울산 카자흐스탄 ‘명예 영사관’도 최근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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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 슈베데(왼쪽)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가 지난 8월 8일 경기 고양시청 열린회의실에서 이동환 시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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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파일라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이 양국 관계를 유지, 확장하는 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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