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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점령지 합병 서명 푸틴 "영원히 러 영토"…젤렌스키 "나토 신속가입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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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조약 체결식에서 한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번 합병이 "영원"하며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 지역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키겠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연설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속가입 신청서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며 "다른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을 보면 30일(현지시각) 오후 3시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 합병 조약 체결식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쪽에 "즉시 모든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협상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이번 체결식에서 합병 조약에 서명해 러시아 영토로 편입을 주장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의 경우는 "영원히" 러시아의 일부가 될 것이며 이 지역 합병에 대해서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러시아는 지난 23~27일 이들 지역에서 러시아 편입에 대한 찬반을 묻는 이른바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주민들이 러시아 편입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병조약 체결은 이를 빌미로 이뤄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푸틴 대통령이 합병 문서에 사인할 것을 공식 발표한 뒤 미국은 합병을 "절대, 절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들 점령지 주민들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러시아 편입을 결정했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의사표시를 존중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국민에게 안전한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이들 점령지를 "모든 힘과 수단을 동원해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지역 재건에 힘쓰겠다며 모든 시민들이 "조국의 모든 부분으로부터" 지지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보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BBC는 푸틴 대통령은 재건을 말하지만 애초에 이 지역을 파괴한 것은 러시아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탐욕스러운" 서방이 러시아를 "식민지"로 만들고 싶어한다며 서방 국가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은 "우리를 자유 사회로 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를 노예의 무리로 본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이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나라라며 "그들(미국)이 선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6일부터 일어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누출에 대해서도 영국과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푸틴 대통령은 영국인들을 "앵글로색슨족"이라 칭하며 이들이 "발트해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을 조직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은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누출이 의도적 파괴 행위(사보타주)에 의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가동되지 않는 상태이지만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의 폭발은 에너지를 무기화 하고 있는 비난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또 다른 위협 수단이라는 의혹이 나오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누출 배후를 특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러시아는 유럽이 전쟁 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에 크게 의존했던 점을 이용해 지난 8월 말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의 공급을 완전히 끊는 등의 방법으로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는 비난을 받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는 유럽 에너지 위기의 근원이 아니며 문제는 이들 국가들의 "수 년 간에 걸친 잘못된 정책"에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특수군사작전" 수행 중인 군인들은 "영웅"이며 그들의 가족에게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이 발령한 부분 동원령 뒤 징집을 피하려는 러시아 남성들의 국외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러시아가 합병을 주장하는 4곳 점령지의 친러시아 행정관들이 참석해 러시아 편입 조약에 서명했다. 이후 며칠 내로 러시아 헌법재판소에서 합병을 승인한 뒤 의회 승인을 거쳐 다음달 4일께 러시아 내 모든 법적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 연설 직후 발표한 연설문에서 "나토 가입을 위한 신속 가입 신청서에 서명하는 결정적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 영토 전체에서 점령자를 축출하는 길"이라며 협상할 용의가 있지만 "현 러시아 대통령과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품위와 정직이 무엇인지 모른다"며 "다른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밤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영토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점령지에 가져온 재앙에 스스로를 합병할 것"이라고 냉소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 직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주장하는 불법적 합병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다"며 "러시아 침략자가 불법으로 점령한 모든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명확히 했다. 

이날 합병 체결식 전 러시아가 병합을 주장한 지역 중 하나인 자포리자주 자포리자시에서는 민간인 차량 행렬이 미사일 공격을 당해 25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미국 CNN 방송은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공격이 S-300 미사일 시스템이 사용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S-300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자주 사용하는 무기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30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 체결 서명식에서 합병 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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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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