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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플레 생존법, 무지출에 도전하다 [2030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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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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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보다 인플레이션이 무섭다. 모든 가격이 올랐다. 점심 한 끼 먹는데 1만 원이 우습다. 커피 가격도 부담스럽다. 자연스레 스타벅스에 발길을 줄이고 한 잔에 2,000원 아래의 저가 커피만 찾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캡슐 커피나 드립백 커피로 바꾸기로 했다. 미용실 커트 가격이 올랐다. 벌써 몇 번째 인상이다. 이제 자주 자르기는 부담스러운 것 같다. 오피스텔 관리비가 올랐다. 작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몇 만 원이 더 청구된다. 축의금 기준마저 올랐다. 예전에는 5만 원이면 적당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식대가 오르면서 결혼식장 방문 기준 적어도 10만 원은 내야 한다. 내가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다. 나의 가용 현금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동시에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하고 싶은 것들이 가격이 올라서 이제 엄두가 나지 않거나 가격이 그대로면 질이 떨어졌다. 테니스 치는 것을 좋아해서 꾸준히 레슨을 받아왔다. 일주일에 한 번 레슨에 16만 원이었는데 이제는 19만 원을 달라고 한다. 부담스러워서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집 근처 분식집은 김치찌개 1인분이 7,000원이다. 이곳은 가격을 올리지 않은 대신에 재료를 줄였다. 몇 달 전 김치찌개를 먹었을 때까지는 돼지고기가 적당히 들어 있어서 맛있었는데 최근에는 찌개에서 고기를 찾기가 어려웠다. 맛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울하게 식사를 마쳤다.

휴대폰은 삼성전자가 올해 최저가를 기록했다는 알람으로 시끄럽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개미들이 주로 올라탄 주식 모두가 올해 최저가다. 코스피 전체가 음울한 파란색으로 뒤덮였다. 작년까지 파이어족과 플렉스가 화두였다는 것이 새삼 생경하게 느껴진다. 유동성 파티에 풀린 돈이 진짜 내 돈인 줄 착각했던 것이다. 버블이 걷히고 하락장과 인플레이션 양쪽에서 얻어맞으니 이제는 월급의 소중함과 절약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그래서 결심했다. 무지출 챌린지를 할 것이다. 챌린지를 할 날짜를 정해두고 그날은 하루 내내 돈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이다. 밥을 사 먹는 대신에 대량으로 쟁여둔 곤약 볶음밥을 데워 먹고 커피를 사 먹는 대신에 선물받은 드립 커피백을 꺼내 내려먹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결제하던 간식거리나 소소한 쇼핑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고 꼭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면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탈 것이다. 한 달 내내 한 푼도 안 쓸 수는 없겠지만 지출 0원인 날이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있으면 지출 통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노력하는 것 외에 국가적으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급격한 물가 상승은 국민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긴축을 부른다. 내수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외부 환경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불경기에 빠지지 않게 물가 통제를 위한 국가 전체적인 강력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황을 통제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국민 삶의 질과 적절한 소비심리가 유지되는 수준으로 물가는 안정되어야 한다.
한국일보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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