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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푸틴, 우크라 점령지 4곳 병합 선언…전쟁 최악 국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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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이 지역 주민은 영원히 우리 시민” 선언

우크라 “나토 가입 정식 신청” 맞대응


한겨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 병합 조약 체결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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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를 자국 영토로 병합하는 조약 체결을 강행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조약 체결식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공식 신청하고 푸틴 대통령이 권력에 있는 동안에는 어떤 협상도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러시아가 자국 안보를 위해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혀온 것이어서, 두 나라의 전쟁은 최악 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남부의 헤르손주·자포리자주 대표들과 만나 이 지역을 러시아 연방에 정식으로 편입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조약 체결 직후 함께 “러시아”를 여러번 외쳤다.

푸틴 대통령은 조약 체결에 앞선 연설에서 “4개 지역이 새로 러시아의 일부가 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영원히 우리 시민이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병합하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를 존중해야 하며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땅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2014년에 시작한 전쟁을 중단하고 협상 자리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도심의 붉은광장에서는 조약 체결 축하 음악회가 열렸지만,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에서는 러시아 점령지로 들어가려던 민간인 25명이 주차장에서 대기하다가 폭격을 당해 숨지는 등 곳곳이 피로 얼룩졌다.

이날 체결된 병합 조약은 러시아 연방 상·하원의 비준 동의와 푸틴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크림반도 병합 때도 주민투표를 명분으로 내세워 독립을 인정한 뒤 조약 체결을 강행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3일 전인 지난 2월21일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2014년 돈바스 지역에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를 독립국으로 인정했다. 이후 점령한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에 대해선 전날인 29일 독립을 인정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러시아가 병합을 선언한 4개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북부부터 남부 흑해 연안까지 이어지는 면적 9만㎢의 초승달 모양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에선 지난 23일부터 5일 동안 주민투표가 실시돼 87~99%의 찬성률로 병합안이 통과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29일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가 조약 체결을 강행하면 아주 가혹하게 대응할 것을 다짐하며 “삶보다 전쟁을 더 원하는 사람(푸틴)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의 병합 시도를 “절대, 절대,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무력이나 위협으로 병합하는 것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못박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조약 체결식 직후 공동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의 불법적인 병합을 확고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자포리자주의 러시아 점령지로 들어가 가족을 만나거나 그들을 데려 나오기 위해 주차장에서 대기하던 차량들이 폭격을 당해 민간인 25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검찰이 밝혔다. 도네츠크주 북부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강력한 반격을 가해 러시아군의 주요 거점인 리만시를 절반 가량 포위했고, 이에 맞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를 맹폭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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