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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미로 속 빠진 대우조선해양 매각...부채비율 700%인데 인수? 후보들 ‘손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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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전격 추진하면서 조선업계가 시끌시끌하다. 앞서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던 한화그룹은 14년만에 다시 대우조선해양을 품에 안게 됐다.

매경이코노미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조선업계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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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새 주인 한화 낙점 왜?

▷방산사업 키워 시너지 기대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으로 한화가 낙점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은 체제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에 한계가 있다. 새로운 경영 주체가 나오는 것이 대우조선을 구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매각 추진 당시 6조7000억원이었던 기업가치가 2019년 현대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할 때 1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매각 가격을 더 받는 것보다 빠른 매각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최대주주는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이다. 1998년 대우그룹이 무너진 이후 계열사가 뿔뿔이 흩어지면서 산업은행 관리 체제가 지속돼왔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2016년 당시 대우조선해양 방산, 상선 부문 분리 매각 방안을 검토했다.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등 대우조선해양이 강점을 가진 ‘굿컴퍼니(우량자산)’와 ‘배드컴퍼니(부실자산)’로 나누는 시나리오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분리 매각 방안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통매각에 비해 분리 매각의 시너지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후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했지만 유럽연합(EU)의 승인 거부 결정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를 지켜본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에 주력한 뒤 시기를 봐서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최근 하도급 노조 파업으로 대우조선 부실 문제가 부각되면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강석훈 회장이 직접 나서 대우조선 매각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도급 노조 파업에 따른 피해액은 대우조선해양 추산치로 8165억원에 이를 정도다. 매출 손실 6468억원, 고정비 지출 1426억원, 선박 11척 납기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271억원을 더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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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재무구조 악화 변수

▷수주 늘지만 매년 적자 쌓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올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676%에 이른다. 지난해 6월(274%) 대비 400%포인트 이상 치솟았다. 부채비율이 높아진 것은 대규모 영업적자가 쌓인 탓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547억원 영업적자를 냈고, 올 상반기 적자도 5700억원에 달했다. 하반기에도 적자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나마 선박 수주가 날개를 달았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9월 초 아프리카 선주로부터 LNG 운반선 7척을 2조368억원에 수주하면서 수주 실적을 81억7000만달러(약 11조2165억원)로 높였다. 어느새 올해 목표치의 92%를 달성한 상태다. 하지만 수주가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변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가 선박 계약을 따내도 매출로 잡히는 시점은 1~2년 후인 만큼 당장 실적이 회복되기 어렵다. 지난해 수주가 많지 않아 올해 실적이 부진한데 대규모 선박 건조를 위한 자금 마련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변수”라고 진단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조선 수주 실적은 괜찮지만 자본 확충과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산업은행에 1조원대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우조선해양에는 지금까지 무려 11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또다시 손을 벌린 셈이다.

한편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파산을 막기 위한 묘수로 특수선(방산) 부문과 LNG, 상선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1위 함정 건조 업체다. 잠수함, 구축함 등 함정 건조 기술은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방산과 LNG선, 상선을 만드는 기초공정이 대부분 겹치는 데다, 특수선은 방위 산업에 해당되는 만큼 기술 유출 우려로 해외 기업에 매각하기도 어렵다.

노조와 정치권, 지역사회도 분리 매각에 거세게 반발해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해외 매각의 피해는 2번의 외국 자본에 매각돼 빈껍데기가 된 쌍용자동차 사례에서 볼 수 있다. 국가 기간 산업이고 노동집약적인 조선업을 해외에 매각한다면 그 핵심 기술은 쉽게 외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역시 “방산 부문을 뗀 나머지 부문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논란 끝에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으로 한화그룹을 낙점했다. 매각 금액은 2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한화는 방산 부문을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최근 대대적인 사업 구조 재편을 단행했다.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육해공 통합 방산 사업을 보유하게 된다.

다만 매각에 앞서 파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사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노조는 올해 임금 4.5% 인상, 상여금 150% 지급을 골자로 하는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손해배상 문제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불법 파업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나쁜 선례로 남고,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만큼 하청 업체들과 개별 협상하기로 했다. “철저히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인 만큼 노조가 막대한 금액을 배상해야 해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7호 (2022.09.28~2022.10.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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