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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30억 부르는데, 25억이면 사겠대요"…이러니 서울 집 안팔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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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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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은 30억원에 팔겠다는데 집을 보러온 사람은 25억원을 얘기합니다. 거래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죠."

30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내 2000여 가구 규모의 신축 A아파트. 이곳 상가에서 공인중개업소를 하는 강 모씨는 최근 석 달간 매매 거래를 딱 2건 성사시켰다고 푸념했다. 이는 지난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강씨는 "그나마 주변 다른 중개사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라면서 "세금 부담에 집을 내놓았다가도 수억 원을 깎아달라는 말을 들으면 '차라리 빚을 내 세금을 내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2652가구가 거주하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위브 아파트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금리 인상 소식이 들릴 때마다 집주인들에게서 매수자를 구해달라는 연락이 오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몇 달간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대로 올라 집주인 가운데 매달 300만원씩 원리금을 상환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이들은 집을 팔고 싶어하지만 매수자들은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대급 거래 한파에 서울 대단지들도 매매 거래가 뚝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9510가구 규모 아파트인 헬리오시티의 올해 1~9월 매매건수는 37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매건수는 총 160건이었다. 최근 매매가 성사된 건이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의 거래량 축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3410가구 규모 대단지인 반포자이도 똑같은 상황이다. 반포자이의 올해 1~9월 매매건수는 15건으로 전년 동기(63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 6월 1건이 매매된 이후 3개월간 아예 거래가 없다.

이 같은 주택 거래 멈춤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8.5로 2019년 6월 17일(77.5)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지난 5월 2일 91.1을 기록한 이래 21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주택 거래가 멈추다 보니 새집도 팔리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8월 주택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2722가구로 전월보다 1438가구(4.6%) 늘었다. 지난해 말 미분양 주택 수(1만7710가구)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연말까지는 거래 절벽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담대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 상승, 경기 위축 우려까지 확산되면서 거래 숨통을 트이게 할 요소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발맞춰 한국은행도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부동산 심리는 계속 위축될 것"이라며 "연말까지도 거래량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연말까지 거래 절벽이 지속된다는 것은 그나마 낙관적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은행 주담대 평균 금리가 연말에 5%를 넘으면 이는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했던 리먼브러더스 사태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급여 생활자와 중산층은 상환능력의 한계치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은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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