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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태평양 섬나라 지원·관계 확대 다짐…중국 도전에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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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태평양 섬나라 정상·대표자들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의를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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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태평양 섬나라 지도자들을 대거 워싱턴으로 초청해 정상회의를 한 후 대규모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협력 강화를 다짐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태평양 섬나라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전략도 발표했다. 이 지역에서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을 견제하고, 약화된 미국의 영향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 14개 태평양 섬나라 정상과 대표자를 초청해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 인사말에서 “오늘날 태평양과 태평양 섬나라들의 안보는 여러분뿐 아니라 미국에도 대단히 중요하다”라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과 세계의 안보는 여러분과 태평양 섬나라들의 안보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세계 역사의 대부분은 다가오는 몇 년 그리고 몇십 년에 걸쳐 인도·태평양에서 쓰일 것”이라면서 “미국이 태평양 섬나라들을 위해 처음 발표하는 ‘태평양 동반자 전략’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은 11개항으로 구성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앞서 발표한 태평양 동반자 전략에서 미국·태평양 섬나라 협력 강화, 국제사회와 연결된 태평양 섬나라 지역, 태평양 섬나라의 기후 위기와 21세기 도전 과제 대처 역량 강화, 태평양 섬나라의 권익과 번영 확대 등 4대 목표를 설정했다. 미국과 태평양 섬나라들의 협력과 유대를 강화하고 미국의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미국은 8억1000만달러(약 1조1600억원) 규모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으며, 해당 지역의 미국대사관을 기존 6개에서 9개로 확대하는 등 해당 지역에 대한 외교적 역량도 강화키로 했다.

미국은 그간 뉴질랜드 자치령으로 간주했던 쿡제도와 니우에를 주권국으로 인정하고,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 팔라우 3개국과 외교 관계를 규정한 자유연합협정(CFA) 갱신 협상을 연내에 타결할 방침이다. 섬나라 국가 경찰 역량 강화를 위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훈련 지원, 해안경비대를 통한 섬나라 안보 역량 강화 훈련 지원 등의 계획도 발표됐다.

미국이 전례 없이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정상과 대표들을 대거 워싱턴으로 초청해 협력과 지원 강화를 다짐하며 공을 들인 것은 과거 미국의 뒷마당으로 여겨졌던 이 지역에서 중국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솔로몬제도가 지난 4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의 경각심을 키웠다. 이 협정으로 중국군이 솔로몬제도에 주둔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5월 피지에서 10개 섬나라 장관들과 회의를 개최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했다.

백악관은 지난 4월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고위급 대표단을 피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등 태평양 섬나라에 급파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피지를 방문해 태평양 섬나라 장관들과 회의를 하는 등 불 끄기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쿼드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태평양 섬나라에 대한 지원과 협력 강화를 강조한 데 이어 처음으로 태평양 섬나라들과의 정상회의를 워싱턴에서 열었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인도·태평양 전문가 데렉 그로스먼은 로이터통신에 그간 수십 년 동안 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낮아졌만 이번 정상회의는 변화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 미국과 태평양 섬나라들은 여전히 같은 악보를 연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면서 “우리는 중국이 이 지역에 군사적 거점을 마련하는 걸 원치 않으며, 중국이 이 지역의 제도를 부패하게 만들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 인사말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태평양 동반자 전략은 서문에서 “갈수록 중국의 압력과 경제적 강압으로 인한 충격은 이 지역, 더 나아가 미국의 평화와 번영,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정상회의에 참석한 태평양 섬나라는 쿡제도, 미크로네시아 연방공화국, 피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나우루, 뉴칼레도니아, 팔라우, 파푸아뉴기니, 마셜제도, 사모아, 솔로몬제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등이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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