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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물가와 GDP

전기료 월 2270원↑, 가스 5400원↑…고물가에 서민·기업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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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월 1일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모두 올린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전기료는 월 약 2270원을 더 내야 하고, 가스요금은 약 5400원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의 전기료 부담은 더 키우기로 했다. 동시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운동도 펼친다. 전기료가 올라 전력 수요가 감소하면 연료 수입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환율과 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중앙일보

30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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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한국전력은 4분기 전기료를 킬로와트시(㎾h)당 7.4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0월 ㎾h당 4.9원 인상은 지난해 이미 결정된 일이다. 여기에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h당 2.5원을 추가 인상한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가격 신호를 제공하고 효율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를 받아 전기료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도매로 사들여 소비자한테 판매하는데, 9월 전력 도매가격(SMP)은 ㎾h당 255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전기를 비싸게 떼다 싸게 파는, 이른바 ‘콩값보다 두부값이 싼’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사용량이 많은 기업 소비자에는 추가 인상분을 적용한다. 계약 전력 300㎾ 이상의 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일반·산업용(을) 요금제에서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고압 A 요금은 ㎾h 4.5원을 더해 총 7.0원 인상하고, 계약전력이 1만㎾를 넘는 고압 B·C는 ㎾h당 9.2원을 더해 총 11.7원 올린다. 일부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사용 전력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내년부터 농사용 전력 사용 대상에서 대기업집단을 제외한다.



정부 “전기료 인상,가격 기능 정상화하는 것”



정부는 전기료가 연료 가격에 맞게 ‘현실화’하면 전력 수요도 안정적으로 ‘효율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연료 수입이 감소하면서 최근 악화했던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외환 수요가 줄면서 널뛰는 환율도 안정되며, 결국 수입물가가 낮아지며 국내 물가 상승도 둔화할 것이란 계산이다.

다만 전문가는 전기가 수요를 쉽게 줄이기 어려운 재화이기 때문에 요금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만 더 커지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기는 가격이 올랐다고 수요를 쉽게 줄일 수 있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요금 인상 효과는 적다”며 “오히려 가격이 상승해 전력을 생산 활동에 쓰는 산업 측의 원가 부담이 상승하면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이 이전될 수 있어 악순환 발생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한 차등 인상으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기업의 경영 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과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에게는 재무 개선을 위해 이번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에너지 요금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해 가격 기능이 작동하게 하겠다”며 “수요 효율화를 유도하고,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에 따른 안정적 공급기반 훼손을 막기 위해서는 가격 기능의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가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업부는 이날 민수용(주택·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을 메가줄(MJ)당 2.7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10월에 이미 MJ당 0.4원을 인상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연료비 인상분인 2.3원을 추가로 인상하기로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높은 추세를 이어가는 데다, 최근 환율까지 급등하며 수입 단가가 더 오른 탓이다. 주택용 요금은 MJ당 19.69원으로 이전보다 15.9% 오르고, 일반용은 19.32원으로 16.4% 상승한다.

치솟은 천연가스 수입 단가만큼 도시가스 요금을 충분히 올려받지 못하면서 한국가스공사에는 미수금이 급격히 쌓이는 중이다. 올해 2분기까지 가스공사 미수금은 5조1000억원에 이르는데, 내년에는 12조6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미수금이 커지면 가스공사가 LNG를 사들이는 돈도 마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시작



가격 인상과 함께 정부는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절약 운동을 벌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낮은 에너지 효율성 등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이 더 크게 반영되면서 고물가와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전은 내부 자료에서 연간 전력 소비량에서 10%를 아끼면 LNG 수입액 등으로 인한 올 상반기 무역적자의 59%를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 부총리는 “10월부터 모든 중앙·지방 공공기관이 에너지 10% 절감 이행계획을 강도 높게 시행한다”며 “난방온도 제한, 경관 조명 소등 등 ‘겨울철 에너지 절감 실천 강령’을 시행하고, 그 이행 실적에 대한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강화해 실효성을 담보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부문 에너지의 63%를 상위 30대 기업이 소비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효율 혁신 협약도 맺을 계획이다.

국민을 대상으로는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라는 이름의 절약 캠페인단을 운영한다. 전기를 절약한 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전국 가구와 도시가스 부문으로 확대 신설한다.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와 효율 향상 핵심 기술개발을 한 기업에는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에너지 취약 가구 대상 에너지 바우처의 지원 대상과 단가를 늘린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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