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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죽게 만드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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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변호사(ppjasmine@nate.com)]
최근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준 성폭행 사망 피해자 사건에 대한 선고가 하루 한 날 잇달아 나왔다. 하나는 지난해에 발생한 공군 고(故) 이예람 중사에 대한 강제추행치상 사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 범인이 저지른 성폭법상 카메라 촬영 및 협박 및 스토킹 사건이었다. 고 이예람 중사의 가해자에게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강제추행치상죄를 적용하여 징역 7년을 확정 지었고, 신당역 역무원 사건의 가해자에게는 1심 법원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두 사건은 언뜻 다른 성격의 사건 같지만, 같은 직장에 다니는 20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 가해자가 제 뜻대로 휘두르려 한 범죄인 동시에 피해자가 국가 사법기관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린 후 사망하기까지 가해자가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또, 생전에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원범죄에 있어 유사 사건과 비교할 때 엄중하게 처벌되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는 당연한 수순이고 그나마 다행인 결과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유사 사건, 특히 피해자가 살아있는 비슷한 성격의 사건에서 한국 사회가 어떤 잣대로 양형을 해야 하는지 직시하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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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당역 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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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이나 성폭행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사건으로 인하여 트라우마를 겪고 상당 기간 불면과 불안, 우울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정신적 상해는 범죄 행위의 종류나 정도와 상당 부분 연동되어 발생하지만, 피해자 개인의 성향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신체적 외상과 달리, 범죄 피해 발생 후 바로 신고된 사건이 아니면 기소 단계부터 범죄와 정신적 병증과의 인과관계가 부정되어 강제추행이나 강간 등 성범죄만으로 의율 되는 일도 허다하다. 더구나 신체에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성범죄와 달리 불법 촬영이나 불법 유포,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 같은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는 치상이든 치사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별도의 법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토킹은 말할 바도 아니다. 한편 강간치상과 같은 중한 성범죄에 있어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하였더라도 대게 5년이 채 되지 않는 징역형이 선고되는 일이 허다하다. 강간 시도를 하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게는 심각한 수준의 강제추행 이상의 피해를 입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년 미만의 징역형이 내려지는 일도 허다하다. 이는 데이트폭력 사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피해자가 가해자가 주장하는 애정 이해관계에 얽혀 끔찍하게 사망하는 사건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사건 대게가 피해자에게 처음으로 폭력을 행사한 상황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련의 폭력에 대하여 여러 사법기관이 피해자에게 화해하고 잘 지내보라 훈계하고 가해자를 훈방하고 형식적이고 가벼운 처벌로 일관한다. 종래에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고 나서야 이런 전제된 일들이 문제가 되곤 하지만, 사법기관들이 이런 사건에 대하여 갖는 무게감은 별반 차이가 없는 중이다. 지금의 스토킹처벌법은 데이트 폭력을 전제한 법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스토킹처벌법이 부실한 모습으로나마 국회를 통과해 시행에 들어갔을 때 이런 범죄 피해를 엄단해주고 예방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상해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양형이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고 이예람 중사가 강제추행 피해를 입고 가해자나 그 주변인들로부터 받은 압박감이나 군사법기관에 대한 불신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사건 처리가 어떻게 되었을까? 군 검찰이 여러 범죄 혐의를 적용하여 15년을 구형했을까? 강제추행치상죄로 기소했을까 아니면 강제추행죄로 기소했을까? 무슨 혐의로 기소했든 그에 대해 7년이 확정판결 될 수 있었을까? 이는 살해당한 신당역 역무원 피해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피해자에 대한 보복살인을 저지른 것에 대한 엄벌은 당연하지만, 피해자가 무사했다면 검사가 9년을 구형했다 한들 법원이 판결했을 선고는 구형의 절반 정도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큰 피해의 정도와 죄질이 양형에 반영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피해자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 수시로 죽고 싶게 만드는 사건들도 허다하고, 피해자가 살해당하지 않더라도 고소와 합의 거부 등으로 위험한 일에 노출될 우려가 큰 속에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실제 피해자가 자살하거나 살해당하는 정도와 비교할 수 없지만, 이처럼 상대적으로 약자인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며 그 고소에 대해 좌지우지하며 휘두르려는 가해자들의 죄질을 평가함에 있어 그 기준이나 적용에 편차가 크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우리는 그간 우리 법원이 주로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폭력 사건에서 죄질에 대해 적합하게 필벌하지 못한 이력과 마주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비교적 비슷한 상태에 있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폭력이 일어나는 것에는 우발성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차이가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대상으로 폭력이든 성폭력이든 저지르는 것은 만만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만만하니 쉽게 분노를 표출하고 쉽게 가해하는 것인데, 이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해도 되기 때문에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죄질에 있어 더 나쁠 수밖에 없다. 저항하기 어려운 피해자가 폭력에 노출될 때 입게 되는 신체적 충격과 정신적 충격이 더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쉽게 보복당할 수 있는 물리적 약자인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신고나 고소를 하기 전에 훨씬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고소 후 합의 요구에 시달리면서 갖는 불안감은 통상 가해자와 비슷한 물리력을 갖고 있는 피해자가 느끼는 것과 비교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 전제를 남성이 남성으로부터 입는 폭력, 성폭력, 원치 않는 일의 강요, 괴롭힘 등으로 놓고 피해의 정도나 죄질을 평가하는 것은 전제가 온전하지 않고 그러니 결과가 온당하지 않다.

진정 피해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은 각 가해자들을 중하게 처벌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피해자들이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좌절하지 않을 수 있도록, 피해자에게 쉽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피해자들이 죽음에 이르기 전에 입은 피해에 상응하는 필벌이 필요하다. 중한 처벌의 진통제에 취해 산적한 과제의 무게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은의 변호사의 예민한 상담소'는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가 직접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이은의 변호사(ppjasmin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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