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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 틈타 퍼진 치사율 50% '슈퍼 감염병'…'슈퍼 항생제'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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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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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울 광진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혜민병원 음압병동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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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항생제가 19년만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게 됐다. 다국적 제약사 MSD가 개발한 항생제 '저박사'(Zerbaxa)다.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으며 혈액에서 검출될 경우 치사율이 50%가 넘는 '슈퍼박테리아'를 잡는 항생제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을 타고 슈퍼박테리아 감염 사례가 늘어난 가운데 슈퍼박테리아에 효과가 있는 '슈퍼 항생제'가 급여 적용을 통해 의료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될 길이 열린 것이다.

30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전일 보건복지부는 이기일 복지부 2차관 주재로 2022년 제20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를 열고 저박사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와 상한금액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저박사는 다음달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게 된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저박사의 연간 투약비용은 현행 약 400만원에서 120만원(본인부담 30% 적용)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박사는 복잡성 복강내감염, 복잡성 요로감염, 원내 감염 폐렴에 사용하는 항균제다.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 세균 감염 치료에 쓰인다. 2급 감염병으로 분류된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이 대표적 슈퍼박테리아다. 혈액에서 검출될 경우 치사율이 50%를 웃돈다. 주로 중증 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환자 및 병원체 보유자와 직·간접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저박사는 2017년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의료 현장에서 사실상 쓰이지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슈퍼박테리아 감염사례가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2021년 감염병 감시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CRE 감염 사례는 2만3311명으로 2020년 보다 2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핵과 수두, 홍역, 백일해, 성홍열 등 대부분의 감염병 보고가 줄어든 것과 대비됐다. 지난 2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실시로 다수 감염병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CRE 감염 확산이 이례적인 이유다.

미국에서도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코로나19 유행기간 늘었다는 보고가 최근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병원 내 슈퍼박테리아 감염·사망 사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15% 증가했다. 폐렴과 혈류감염 등을 유발하는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 감염이 78% 늘었고 피부감염과 욕창 등을 유발하는 다제 내성 녹농균(MRPA) 감염이 32% 증가했다. 슈퍼박테리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전 세계적 보건을 위협할 요인으로 지목된 상태였다.

문제는 코로나19 유행기간에도 다른 감염병과 달리 확산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방역에 치중하다보니 항생제 내성균 감염 방지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 늘어난 CRE는 몸속에 삽입되는 의료장치가 오염됐을 경우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환자 증가로 산소호흡기 등 감염 우려가 높은 의료 기기 사용도 늘었다는 점 역시 슈퍼박테리아 확산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슈퍼박테리아 감염이 팬데믹을 기점으로 더 늘어난 가운데 저박사 건강보험 급여 적용 결정이 난 셈이다. 앞서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간염학회, 대한비뇨의학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전문가들도 항생제 내성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낸 상태였다.

급여 적용에 따라 저박사는 복잡성 복강내감염, 복잡성 요로감염, 원내 감염 폐렴에 사용하는 항생제로 쓰이게 된다. 복잡성 복강내 감염과 복잡성 요로 감염 치료의 경우 매 8시간마다 저박사 1.5g(세프톨로잔 1g/타조박탐 0.5g)을 메트로니다졸(500mg)과 정맥 주사로 병용 투여하게 된다. 원내 감염 폐렴의 경우에는 매 8시간마다 저박사주 3g(세프톨로잔 2g/타조박탐 1g)을 메트로니다졸(500mg)과 정맥 주사로 병용 투여한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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