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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우울한 증시에 운용‧자문사들 절반 이상 ‘적자’ 늪 빠졌다…대규모 구조조정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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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증시가 계속 하락하면서 적자에 빠지는 금융투자회사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으로 자산운용사의 절반, 투자자문사의 80% 가까이가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3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하는 곳은 제삼자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를 매각하거나 라이선스를 자진 반납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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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 오종찬 조선일보 기자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377개사 중 상반기 말 기준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184개사다. 이는 전체의 48.8%로 자산운용사 절반 가까이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운용사 중 영업적자가 가장 큰 곳은 브이아이피자산운용이다. 112억6659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도 84억7251만원이었다. BNK자산운용도 96억4361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72억7664만원), 티지자산운용(62억4816만원)도 영업손실 규모가 컸다. 가치투자로 유명했던 존 리 전 대표가 이끌었던 메리츠자산운용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상반기에 28억229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손실 규모가 자산운용사 중 6번째로 컸다.

투자자문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70개 자문사 중 132개(77.6%) 자문사가 영업손실 상태에 빠졌다. 10곳 중 7곳 이상이 적자 상태다. 케이원투자자문이 86억54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레이크투자자문(36억2655만원), 가치투자자문(33억4093만원) 등도 30억원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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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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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운용‧자문사 라이선스를 금융당국에 자진 반납하거나 회사를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운용사나 자문사는 인가받을 때 신고한 자기자본의 7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30% 이상 자본잠식이 이뤄진 운용사나 자문사에게 6개월간 개선 기한을 부여한 후 그래도 이를 개선하지 못하면 영업 인가를 직권 말소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들은 제삼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회사를 매각하거나 자진해서 라이선스를 반납하는 경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운용사와 자문사의 M&A(인수합병)와 폐업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와 4분기에도 이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운용‧자문사들은 고객에게 성과보수 등 수수료를 받거나 고유자산으로 주식 등에 투자해 운용 이익을 얻는 것을 주된 수입원으로 한다. 그러나 국내‧외 증시가 계속 하락하면서 고객들이 떠나고 고유자산 투자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더욱 시장이 악화하면서 수수료 수입과 고유자산 투자 이익이 동시에 줄어 투자회사들은 굉장히 힘든 시기를 한동안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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