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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국민 개·돼지 취급"vs"이미지 정치"… 與 당권주자들 '尹 발언' 놓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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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 대상" 尹비판

안철수 "劉는 경기지사 경선도 떨어져" 견제구

김기현 "'내부 총질' '샌님 정치'" 劉·安 모두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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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나누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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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상대를 견제·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존재감 부각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논란을 놓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사적 발언과 관련해 여권 내에선 거의 유일하게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 보도가 나온 지난 22일 이후 두차례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비판 강도도 셌다. "앞뒤가 안 맞는 말로 무능을 감추려고 하면 신뢰만 잃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조롱 대상이 될 뿐" 등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은 29일에도 대구 경북대에서 진행한 특강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하고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아직 직접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유력 당권주자로 꼽힌다.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는 "정해진 게 전혀 없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하게 결심한 건 나라를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꼭 하겠다는 것"이라며 가능성은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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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특강하는 유승민 전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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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의원은 사적 발언 논란을 '외교 참사'라고 규정한 야당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안 의원은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와 인터뷰에서 "이 문제의 핵심은 외교"라며 "국내 일은 서로 싸우고 해도 된다. 그런데 외국에 대해서는 여야 관계없이 한목소리를 내야 힘을 가질 수 있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 언제까지나 내부에서 에너지를 소진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안 의원은 "저는 문제를 키우는 것보다는 빨리 정리하고 마무리 짓자고 주장했던 사람"이라며 대통령실과 여당 대응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안 의원은 최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유 전 의원을 견제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유 전 의원은 훌륭한 정치인"이라면서도 "불행하게도 여러 과정을 통해 당원들의 신뢰를 좀 잃으셨다. 지난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경선 때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투표가) 50대50 비율이었는데도 경선에서 패배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을 비호하면서 야당과 사적 발언 논란을 처음 보도한 MBC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 의원은 경쟁자인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이 '비겁한 정치'를 한다며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당의 몇몇 지도자급 인사가 위기 상황을 마치 남의 일인 양 방관하거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하나 마나 한 양비론적 평론을 펼치다가 당이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을 때 해외로 철수해 버린다면 동지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상대 진영의 터무니없는 가짜 조작방송에 현혹돼 민주당보다 더 자당 대통령과 당을 공격하며 '내부 총질'을 한다면, 그것 또한 동지로서 해야 할 처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유 전 의원, 상대적으로 야당에 대한 비판이나 언급을 꺼리는 안 의원 모두를 겨냥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이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저들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미정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결과에 따라 개최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이 전 대표의 복귀 가능성은 차단되고, 정기국회가 끝나는 올해 12월 또는 내년 초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정지되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하며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엔 이 전 대표가 대표직 복귀를 주장할 수 있고, 법적 다툼이 다시 벌어질 여지도 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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