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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주호 “교육부 폐지론자 아니다…대학 규제개혁 필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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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경쟁’ 강조한 MB정부 교육수장

9년 6개월 만에 컴백…임명 시 ‘경력직 장관’

“자유·자율·책무·대학 규제개혁 여전히 필요”

헤럴드경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후보자 지명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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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61)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임명 시 안병영 전 장관에 이어 교육부 장관을 두 차례 역임하는 사례가 된다.

이 후보자는 30일 오전 10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임명 시 교육격차 해소에 특히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MB정부 시절, 이 후보자의 정책이 경쟁교육과 서열화를 심화시켰다는 우려에 대해 “지금은 교육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격변기”라며 “많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주체들에게 자율과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책무 강화와 병행하는 자율이 필요하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참여한 싱크탱크인 ‘K정책플랫폼’에서 발행한 보고서에서 교육부의 대학 관련 업무를 총리실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실상 교육부 폐지론자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교육부 폐지론을 펼친 게 아니다”며 “선진국에는 한국처럼 대학을 교육부 산하기관 취급하는 나라가 없는 만큼, 대학에 보다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부총리로서 역할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제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범부처적인 협력이 필요한 사회 격차 해소 해결을 위한 부총리로서, 또 교육부의 새로운 역할을 훨씬 더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유보 통합과 관련해서는 “해당 부분도 아주 어린 나이부터 조기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부처 간 협의나 조율이 미진한 부분이 많다 생각해 그 부분도 열심히 노력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제학자 출신이다. 2010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제53대 교과부 장관을 지낸 이 후보자는 당시 입학사정관제 등 대입 자율화, 자율고사립고·마이스터고 등을 확대하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교원평가 등 자율과 경쟁을 골자로 하는 MB정부 교육정책을 추진했다.

장관 임명 전에는 제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의정 활동을 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통령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과부 제1차관으로 일했다. 장관 퇴임 이후에는 KDI로 돌아가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사단법인 아시아교육협회 초대 이사장 등을 맡으며 활동을 이어왔다.

올해 6월 지방선거 때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으나 보수 후보 단일화가 불발되며, 완주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에는 ‘AI 교육혁명’이라는 책을 내며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라는 교육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다.

이번 지명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퇴한 김인철 후보자(전 한국외대 총장)와 취임 35일 만에 학제 개편 논란으로 경질된 박순애 전 부총리(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에 이은 윤 대통령의 세 번째 교육 수장 인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새 정부 출범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교육 현장은 학력 저하와 교육 격차의 문제를 안고 있다. 차기 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로서 이 문제 해결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디지털,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그는 지난 27일 교원단체 대표 없이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와 협력, 교육과정 개정, 고교체제 개편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특히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 당시 교육부와 소통 방식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책 번복으로 교육부가 잃은 학부모들의 신뢰 회복과 교육계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 조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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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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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후보자는 ‘가장 인기가 없었던 장관’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당시 업무 추진력은 누구보다 뛰어났지만 직원과 소통이 아쉬웠다는 평이다.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전직 고위공무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업무는 야무지게 챙기지만 고집이 셌던 걸로 기억한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끌고 갈 조직 장악력은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26일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에 앞으로 교육부 소속 공무원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내부 사기가 저하된 상태다. 이 후보자는 두 달 가까이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교육부 직원들의 의욕을 끌어올려야 할 숙제도 안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전국 최대 교원단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명 직후 논평을 통해 “긍·부정 평가가 엇갈리지만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추진과 산적한 교육현안 해결을 중심 잡고 추진할 장관 임명이 시급하다”면서 “유·초·중등 교육 경험이 없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청문회에서 유·초·중등 교육 발전·지원 방안과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MB교육의 상징’인 이 후보자가 경쟁, 서열 등 경제 논리에 입각한 교육정책을 추진하며 고교서열화와 점수 경쟁만이 남았다”면서 “교원평가 법제화 시도와 시도교육청의 교육자치를 훼손했던 인물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당장 오는 10월 4일 국정감사를 앞둔 교육부는 이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에도 함께 돌입했다. 단, 교육부 국감은 이 후보자가 아직 임명되지 않은 만큼 장관없이 진행된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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