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망 사용료’ 구글 참전에 넷플-SKB 판결문 재조명… “美서 이미 낸 적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의 1심 판결문. /서울중앙지방법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망 사용료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다. 그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벌이는 소송의 쟁점 정도로만 여겨지며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망 사용료를 구글이 ‘인터넷 생태계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던 개념’이라 부르면서 대대적인 여론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 핵심 관계자가 이미 지난 2014년 해외 통신사에 지불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어, 구글의 노력이 되려 역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6월 2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협상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들(넷플릭스)이 피고(SK브로드밴드)에게 ‘연결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범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의 이 부분 부존재 확인 청구는 전부 이유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켄 플로렌스 당시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 부사장이 201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확인서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플로렌스 부사장은 미국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TWC)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이 확인서에서 “컴캐스트는 오픈커넥트(OCA)를 통해 넷플릭스와 상호 접속하고 컴캐스트의 이용자들이 요청한 스트리밍 동영상을 제공할 때, 이용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시청이 가능한 정도의 비트 전송률을 전송하기에 충분한 용량을 넷플릭스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며 “계약 조건에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의 착신망 이용대가(Terminating access fee)를 지불하기로 하는 동의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OCA는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로 구축한 캐시 서버다.

법원은 이에 대해 “원고 넷플릭스는 적어도 그 무렵에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인 컴캐스트와 AT&T, 버라이즌, TWC에게 착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다”며 넷플릭스는 다른 ISP를 거치지 않고 OCA와 컴캐스트의 망을 직접 연결해 곧바로 서비스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러면서 넷플릭스가 이와 동일한 방법으로 SK브로드밴드와 연결, 콘텐츠를 전송해왔다고 봤다.

조선비즈

켄 플로렌스 넷플릭스 콘텐츠 전송 부사장이 지난 201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확인서. 플로런스 부사장은 이 확인서에서 미 통신사 컴캐스트에 착신망 이용대가(Terminating access fee)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FCC



해당 판결문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다. 법원이 ‘접속과 전송은 구분해야 한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넷플릭스와 구글은 직접 접속한 ISP에 대해서만 접속료를 지급하면 되고, 접속 이후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전송·제공하는 것은 통신사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법원은 넷플릭스의 콘텐츠 전송은 ‘적극적 행위’로 “피고가 인터넷 망을 제공하고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계약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인터넷 망을 통한 콘텐츠의 전송을 두고 피고가 서비스 가입자에 대하여 행하는 의무의 이행에 불과할 뿐 원고들의 인터넷 망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법원은 회원 연회비와 가맹점 결제수수료를 동시에 받는 신용카드를 예로 들어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 가입자로부터 가입비를 받고, 동시에 넷플릭스로부터 국제 인터넷 전용회선 제공 대가를 받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도 했다.

통신업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콘텐츠사업자(CP)가 망 사용료를 통해 망 구축 및 관리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CP는 계속해서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망에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오로지 ISP 재량으로 유지·보수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글과 넷플릭스가 지난해 10~12월 국내 트래픽의 27.1%와 7.2%를 각각 차지하며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유럽통신사업자연합(ETNO)은 지난 5월 유럽 지역 내 트래픽의 55%가 구글, 넷플릭스,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6개 회사에서 나온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 때문에 유럽 통신사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최대 280억유로(약 39조3702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조선비즈

유튜브코리아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입법에 반대하며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게재한 광고.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CP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망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투자 비용은 결국 일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가 내게 된다”며 “구글, 넷플릭스 등과 같은 거대 CP의 입장에서 망 사용료는 결코 큰 부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구글은 지난해 2576억3700만달러(약 369조3999억원)의 매출과 787억1400만달러(약 112조86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1%, 9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89% 오른 760억3300만달러(약 109조161억원)로 집계됐다. 국내 인터넷 전용회선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기준 4913억원 수준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망 사용료 지불 시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구글의 주장 역시 잘못됐다”며 “망 사용료는 콘텐츠 유통이라는 본연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CP가 부담해야 하는 영업비용인데, 구글은 이를 자사에 종속된 창작자들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거텀 아난드 구글 유튜브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 4월 유튜브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국회의 관련 입법 움직임을 전하며 “발의된 법률 개정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추가적인 비용은 국내 유튜브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창작자) 생태계가 마땅히 누려야 할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후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공청회를 열었을 때도 그는 블로그에 “이 법안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썼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