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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땅 15% ‘푸틴 손아귀’ 임박…러, 점령지 2곳 독립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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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돈바스 2개 지역 승인 이어

헤르손·자포리자 점령지 독립국 인정

30일 영토 병합 조약 사전작업 매듭


한겨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점령지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날 독립국가연합(CIS) 안보·정보기관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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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점령지를 독립국으로 승인했다. 이는 30일 돈바스 등 4개 지역을 자국 영토로 병합하는 조약을 체결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29일 헤르손 등 2개 주의 점령지를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 국가로 인정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고 30일 보도했다. 포고령은 러시아 공식 법률 정보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포고령은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국가 주권과 독립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이며 이는 푸틴 대통령의 서명과 동시에 효력을 갖게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포고령은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은 유엔 헌장이 존중하는 평등과 자결의 원칙, 주민투표로 표현된 주민들의 의지를 존중하면서 국제법의 보편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3일 전인 지난 2월21일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2014년 돈바스 지역에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를 독립국으로 인정했었다. 두 공화국은 내전 과정에서 설립되어 8년 동안 유지된 반면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는 러시아군이 침공해 점령한 지 7개월여 만에 독립국으로 인정됐다. 두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국가 승인 절차가 이뤄짐에 따라 4개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병합하기 위한 조약 체결의 사전 작업이 마무리됐다.

러시아가 병합하려는 4개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북부부터 남부 흑해 연안까지 이어지는 면적 9만㎢의 초승달 모양 지역이며,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이는 헝가리나 포르투갈 면적과 비슷한 규모이며 남한 전체 면적에는 조금 못미친다.

러시아 정부는 30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도네츠크 등 4개 지역을 병합하는 조약 체결식을 열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조약 체결식에 직접 참석해 4개 지역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실(크레믈) 대변인은 조약 체결식이 이날 오후 3시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조약은 러시아 연방 상·하원의 비준 동의와 푸틴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거쳐 정식 발효된다. 이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와 같은 절차다.

앞서 도네츠크 등 4개 지역에서는 지난 23일부터 5일 동안 러시아와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됐으며, 투표 결과 지역별로 87~99%의 찬성률로 병합안이 통과됐다고 러시아는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를 ‘가짜 투표’로 규정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경고해왔다.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조약 체결을 강행하면 아주 가혹하게 대응할 것을 다짐했다. 그는 29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지금도 병합을 중단할 수 있다. 이를 멈추려면 삶보다 전쟁을 더 원하는 사람(푸틴)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0일 안보·국방 관계 긴급 최고위 회의를 소집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영토를 무력이나 위협으로 병합하는 것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우크라이나 점령지가 영토로 공식 편입되면, 러시아는 점령지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을 자국 영토 침략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 군사 작전’으로 규정해왔다.

이와 함께 핵무기를 사용할 위험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앞으로 4개 지역이 러시아 핵우산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러시아의 군 교범은 재래식 무리로 공격을 당해 러시아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을 경우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20년 6월 서명한 ‘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 대통령령은 핵무기를 ‘전적인 억제 수단’으로 규정하고 △러시아 영토 또는 동맹국이 핵무기나 대량 살상 무기 공격을 당할 경우 △러시아나 동맹국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러시아의 핵심 정부·군사 시설이 공격을 당해 핵전력 대응이 약화될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로 공격을 당해 존립을 위협받는 경우 등 4가지 핵무기 사용 조건을 열거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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