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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연예인 커피차’도 이제 ‘다회용기’ 사용···환경파괴 비판에 새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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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알맹상점이 설치판 다회용기 사용 커피차.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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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반납은 이쪽으로 부탁드려요.” 카페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안내 멘트지만 경우가 조금 다르다. 지난 29일 오후 12시 반 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JTBC 스튜디오 앞에 자리잡은 노란색 커피차는 이용자들에게 음료를 마신 뒤 컵을 반납해달라고 공지하고 있었다. 이용자들은 투명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 대신 주황색 다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받았다.

커피차 다회용기 사용에 도전한 것은 제로 웨이스트 가게인 ‘알맹상점’이다. 커피차는 대표적인 팬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해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도전은 커피차에서도 얼마든지 다회용기를 쓸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다회용 컵을 대여하고 수거·세척하는 업체인 ‘트래시버스터즈’와 협업했다.

이날 알맹상점의 노란색 커피차에서는 일회용품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안 쓰는 통장은 주문서로 재활용됐다. 과일청과 아이스티 원액도 유리병에 담겼다. 컵홀더와 캐리어는 알맹상점 이용자들로부터 기부받은 각기 다른 카페 브랜드의 제품을 재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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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서로 재활용된 통장.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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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부터 밀크티, 두유라떼, 모카라떼, 귀리초코까지 모든 메뉴는 비건으로 구성됐다. 커피차 주방에는 일회용 우유팩 대신 다회용 두유와 오트밀크 팩이 쌓여있었다. “두유가 들어간 커피가 궁금하다”며 음료를 주문한 손님은 “우유와 차이를 못 느끼겠다.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 도전이다 보니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 준비 단계에서 커피 기계가 고장 났고, 근처 카페에서 급하게 커피 원액을 공수해야 했다. 주문이 밀리는 바람에 한 촬영팀은 녹화 시간이 다 돼 주문을 취소했다.

이용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다회용 컵 사용을 안내하자 “잘됐다”라고 말하는 이용자가 많았다. 오후 4시까지 반납해야 했지만 대부분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텀블러에 커피를 받아가면서 “쓰레기를 더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알맹상점이 커피차를 보낸 대상은 벨기에 출신 방송인 줄리안 퀸타르트다. 평소 알맹상점과 일회용 컵 보증금제 활동을 해온 그는 “원래 일회용품 줄이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알맹상점 쪽에서 먼저 제안을 해줘서 너무 반가웠다”라고 말했다. 함께 커피차를 찾은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는 “커피차 이용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일회용 컵을 쓰지 않아 그동안은 커피차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쓰레기 처리를 하지 않아도 돼서 다회용품을 쓰는 커피차가 비용도 덜 들고 쉽다”며 “리필, 다회용기 이용 같은 대안들이 훨씬 저렴하고 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알맹상점은 기회가 되면 다시 커피차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소영 기자 doyeong@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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