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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코인 사업가인가, 사기꾼인가...法, 3가지 판단기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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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가상자산, 새로운 금융거래 영역...정보비대칭 이용해 사기"

부실 백서‧허위 공시‧불공정거래 유인 등 '사기꾼 판별법' 제시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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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코인 투자 사기를 벌인 30대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가상화폐 사기 범죄의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발행인의 실체가 불명확하거나 허위 공시를 한 경우, 그리고 가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경우 '사기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3)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4월 블록체인 기반 웹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홍보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는 플랫폼에서 가상화폐를 자체 발행해 유통한 뒤 거래소에 상장하면 최소 10배, 최대 100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검찰은 A씨가 플랫폼 개발이나 거래소 상장 능력이 없이 피해자 약 30명을 속여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금 등 약 24억원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A씨가 가상화폐 시세조종을 통해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 사기를 진행한 혐의도 있다고 봤다. A씨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7명의 피해자로부터 비트코인 등 5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투자자들을 속인 적이 없고 정상적 사업을 추진하던 중 외부 사정 탓에 수익을 실현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 法 "가상자산, 새로운 금융거래 영역...정보비대칭 이용해 사기"

법원은 새로운 금융거래 영역인 가상자산의 경우 정보 비대칭성이 크고 관련 규제도 미비하다는 점 등을 전제하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로 투자유인을 할 경우 사기죄에서의 기망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가상자산은 새로운 금융거래 영역으로서 사회적 기대와 투기 심리는 크지만,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높고 공신력 있는 거래체계가 정착되지 않아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적정 규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발행·거래 정보를 보유한 주체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 비대칭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해 투자유인을 할 시 사기죄에서의 기망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부실 백서‧허위공시‧불공정거래 등 '사기꾼 판별법' 제시

법원은 '실패한 사업가'인지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 뜯어낸 '사기꾼'인지 판별하기 위한 기준으로 크게 3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발행인과 백서가 부실할 경우 사기꾼에 가깝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상자산발행(ICO)에서 발행인의 능력이나 실체가 불명확하고 발행이나 그 기초가 되는 사업을 추진할 기술적, 영업적 능력과 실체가 있는 것처럼 과장되거나 허위인 정보를 제공한 경우 사기에 가깝다고 봤다.

다음으로 △허위 공시를 한 경우이다. 재판부는 사실과 다르거나 성사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시장 상황 혹은 기초사업의 사업성에 관해 과장된 허위의 공시나 공지를 한 경우 사기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불공정 거래 방식으로 유인하는 경우이다. 재판부는 합리적 예측 범위에선 사실상 실현 불가능함에도 비정상적 시세조종·조작으로 가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고 하는 방식 등으로 고수익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인하는 경우 등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기준에 따라 A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A씨에게 충분한 자금력이나 사업 수완이 없었고, 백서에 기재한 정보들은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내용을 짜깁기한 수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투자금 대부분을 돌려막기 식으로 사용한 점, 시세조종을 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속인 점도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가상화폐·코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관련해 사기죄 성립 판단 기준을 상세히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장한지 기자 hanzy020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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