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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투어 최단신 '170㎝' 니시오카, 테니스 실력은 아시아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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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투어 단식 우승 1회, 8월 톱 랭커 연파하며 시티오픈 준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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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 내 인터뷰룸에서 루드-재리 경기를 지켜보며 인터뷰한 니시오카.
[촬영= 김동찬]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제가 키가 제일 작죠. 저하고 슈와르츠만, 바에즈 세 명이 비슷하게 작을 겁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56위 니시오카 요시히토(27·일본)가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키 170㎝인 니시오카는 현재 ATP 투어를 뛰는 선수 가운데 디에고 슈와르츠만(17위), 세바스티안 바에즈(36위·이상 아르헨티나)와 함께 최단신 선수다.

투어 최장신인 211㎝ 라일리 오펠카(38위)나 208㎝인 존 이스너(43위·이상 미국) 등과는 거의 40㎝ 차이다.

그러나 니시오카의 테니스 실력은 세계 정상급인 것은 물론, 현재 그의 세계 랭킹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탁월하다. 통산 상금이 413만2천676 달러(약 59억2천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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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샷하는 니시오카
(서울=연합뉴스)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경기에서 요시히토 니시오카가 타로 다니엘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2.9.29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 테니스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29일 ATP 투어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오픈이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만난 니시오카에게 "미안하지만 키 얘기를 물어봐도 괜찮겠느냐"고 양해를 구했고, 그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질문하는 기자의 키는 니시오카보다도 작은 168㎝지만 그래도 '작은 키'를 물어보기 미안해서 "투어에서 키가 크지 않은 편이신데…"라고 돌려 말하자 니시오카는 어이가 없다는 듯 "제가 제일 작은 선수입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그는 "우리 가족이 다 작다"며 "그래도 내가 우리 가족 중에서는 최장신"이라고 말했다.

2020년 세계 랭킹 48위까지 올랐던 니시오카는 ATP 투어 단식에서 한 차례 우승했고, 올해 8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시티오픈에서는 안드레이 루블료프(9위), 카렌 하차노프(18위·이상 러시아), 앨릭스 디미노어(22위·호주) 등 톱 랭커들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하차노프는 키 198㎝에 '파워 히터'로 유명한 선수지만 니시오카의 빠른 발과 두뇌 플레이를 당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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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시티오픈에서 준우승한 니시오카(왼쪽).
[EPA=연합뉴스]



니시오카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을 땄고, 2018년에는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했다"며 "이번 코리아오픈도 8강에 올라 한국에만 오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한국과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이날 키 191㎝인 대니얼 타로(92위·일본)를 2-0(6-2 6-4)으로 가볍게 요리하고 8강에 올랐다.

점프하며 체중을 실어 때리는 각도 깊은 샷에 관중석에 앉은 팬들의 탄성이 저절로 터지기가 여러 번이었다.

"8월 시티오픈 결승까지 오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이번 대회에도 그런 영향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 니시오카는 작은 키로 인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테니스도 키가 크면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어릴 때는 키 탓을 하기도 했지만 (프로 선수가 된) 지금은 이게 변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니시오카는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매 포인트에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키가 같은) 슈와르츠만의 경기를 자주 보는데 슈와르츠만처럼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키에서 오는 불리함을 이겨내는 비법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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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윔블던에서 이스너(왼쪽)를 꺾고 악수하는 니시오카.
[AFP=연합뉴스]



그는 특히 지난해 윔블던 1회전에서 키 208㎝인 이스너를 3-2(7-6<7-5> 2-6 6-3 6-7<3-7> 6-4)로 물리쳤다. 서브 에이스 3-36, 공격 성공 횟수 30-87 등 니시오카가 도저히 이기기 어려운 경기 내용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니시오카는 "사실 이스너 같은 선수와 상대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어려워하는 일"이라며 "키가 큰 선수들은 서브가 좋아 서브 게임을 따내기 어렵고, 반대로 내 서브 게임은 꼭 지켜야 한다는 부담도 크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선수들을 상대로는 기회를 잡기 정말 어렵다"며 "상대가 공을 어느 쪽으로 보낼지 예측하는 도박 같은 경기 운영이 통해야 그 작은 기회를 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니시오카는 "큰 선수들의 서브나 샷이 제대로 들어오는 날에는 사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도 "그래도 큰 선수들에 비해 나처럼 작은 선수들의 정신력이 좀 더 강한 것 같다"고 비교 우위에 있는 점을 짚었다.

그는 30일 코리아오픈 준준결승에서 대회 톱 시드인 카스페르 루드(2위·노르웨이)를 상대한다.

루드는 키 183㎝로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올해 프랑스오픈, US오픈에서 준우승한 선수다. 니시오카와 상대 전적은 지난해 한 차례 만나 루드가 2-0(6-1 6-2)으로 완승했다.

루드의 29일 2회전 경기를 지켜보며 인터뷰한 니시오카는 "그때는 루드가 선호하는 클레이코트 경기였지만 이번엔 하드코트"라며 "이달 초 US오픈에서 준우승한 선수라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고, 저보다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인데 백핸드 쪽을 공략하며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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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오픈 대회 미디어 센터에서 포즈를 취한 니시오카
[촬영= 김동찬]



선수로 목표를 묻자 "니시코리 게이가 가진 아시아 남자 선수 최고 랭킹 4위 가까이 가고 싶다"며 "랭킹 20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는 않다"며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선수로 계속 뛰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빨리 그만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키가 크지 않아 고민하는 주니어 선수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니시오카는 "키가 작으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며 "많이 뛰어야 하고, 받아치는 수비 능력도 좋아야 하며 또 생각도 많이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매 경기 상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여러 계획을 갖고 들어가야 스마트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오면 경기가 잘 풀리는데, 사람들이 친절하고 저도 한국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는 니시오카는 "한국에서 ATP 투어가 26년 만에 열린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이 대회가 계속 이어져 아시아 테니스가 발전하고 좋은 선수도 많이 나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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