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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1년 차에 압도적 승격, 광주 이정효 감독의 1부 도전 "회피하지 않겠다"[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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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효 광주FC 감독.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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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기자] 지난해 11월. 광주FC 최수영 사무국장은 이정효 감독, 당시 제주 유나이티드 코치에게 세 차례 전화를 걸어 감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했다. 이 감독은 매몰차게 거절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최 국장은 부산 집까지 찾아가 설득했고, 결국 이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 10개월 후. 광주는 K리그2 우승,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사령탑 1년 차에 이 감독은 광주를 압도적인 팀으로 만들어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초보 감독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성과다.

◇강단 있는 믿음의 리더십
이 감독 리더십의 핵심은 신뢰와 존중이다. 이 감독은 훈련 일정을 본인이 정하지 않는다. 피지컬 코치와 선수 트레이너에게 한 달치 일정을 짜도록 맡긴다. “나는 선수 몸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잘 아는 사람에게 맡겨 훈련 일정을 짜야 한다. 나도 한 달 일정을 받아본다. 선수들이 일정보다 더 쉬고 싶으면 내가 아니라 피지컬 코치, 트레이너에게 이야기해야 한다”라는 게 이 감독 지론이다.

이로 인해 이 감독은 부상 복귀자를 마음대로 경기에 투입할 수 없다. 그는 “전에도 엄지성이 부상에서 돌아와 쓰려고 했는데 스태프들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포기했다. 나보다 잘 아는 전문가의 의견을 믿고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 우리 팀에 장기 환자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믿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한 팀으로 일할려면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 우리 팀엔 서로 간의 믿음이 있다”라고 확신했다.

피치 위에서 이 감독은 누구보다 엄격하다. 특히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않을 때 ‘극대노’한다. 그는 “운동장 위에서는 내가 생각해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욕심이 많다. 선수들이 힘들 수 있다”라면서도 “그래도 나는 사생활은 존중한다. 선수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잘 따라와준 것 같다. 내가 요구하는 게 정말 많았는데 선수들이 믿고 여기까지 함께해줬다.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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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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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대신, 경험과 실력으로
이 감독은 현역 시절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다. 팀 동료였던 안정환을 보며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정환이를 이길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지도자가 되어 저런 선수를 활용해보면 최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를 꿈꿨다”라는 게 이 감독의 이야기다. 실제로 그는 전남 드래곤즈와 광주FC, 성남FC, 제주를 거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약한 팀, 시도민구단, 강한 팀, 기업구단을 두루 거치며 스스로 실력을 쌓았다. 남기일 제주 감독과 승격을 두 차례 이끈 것도 자양분이 됐다.

이 감독은 “남 감독님을 옆에서 본 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배울 게 많은 분이다. 내게도 큰 영향을 미친 분이다. 그 경험이 없었다면 광주에서도 힘들었을 것”이라면서 “코치와 감독은 또 다르다. 기쁨이 더 큰 것 같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바로 피드백을 주고 자신 있게 내 생각대로 팀도 이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2023년 남 감독의 제주와 맞대결을 벌인다. 사단의 구성원이었던 이 감독이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그림이다. 그는 “얼마 전에도 남 감독님을 만났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맞대결한다면 저는 부담이 없을 것이다. 지도자로서 나는 초보다. 남 감독님과는 비교가 안 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 감독님이 부담이 크지 않을까. 경기를 앞두고는 내가 도발을 좀 해야겠다”라며 웃었다.

◇전술 싸움의 대가, 1부서도 정면 승부 선언
리더십뿐 아니라 전술적인 면에서도 이 감독의 능력은 돋보인다. 시즌 내내 공격적인 축구로 K리그2 팀들을 괴롭혔다. 이제 K리그1에서도 그 축구가 통하는지를 지켜볼 차례다. 이 감독은 “기대가 크다. 이 축구가 과연 얼마나 통할까. 전에는 반반이었다면 지금은 선수들도 확신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것이다. 2부에서의 압도적 우승이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저와 선수들은 준비가 됐다. 좋은 환경만 만들어주면 정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무작정 덤빌 수는 없다. 이 감독은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도 하고 있다. 그는 “1부에서 계속 이렇게 공격할 수는 없다. 버틸 때도 필요해질 것이다. 현실과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우리의 선택은 뛰어넘는 것이 될 것이다. 회피하면 거기 머물 수밖에 없다. 기본 개념은 유지하면서 다른 아이디어로 부족함을 채울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감독은 이미 다음 시즌 선수 구성 틀을 정해놨다. 기존 선수들은 70%정도를 유지하고 7명 정도 영입해 전력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구상이다. “팀에 7명 영입 리스트를 전달했다. 빅네임은 없다. 연봉 체계나 팀 케미를 깨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보탬이 될 선수들이다. 팀 구성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 함께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광주에 남아 1부리그에서 함께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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