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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밥’ 맛집 대방출…다시마·고등어 ‘비법’ 넣고 말아보셔도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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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척척 싸서 주는 그 맛

소풍 시즌, 우리의 솔푸드 김밥

김밥 마니아 마음속 맛집 추천


한겨레

미역튀각김밥. 샘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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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잊혔던 가을 소풍이 드디어 돌아왔다. 지난 3년간 단체 체험활동을 떠나지 못했던 어린이들도, 각종 축제를 잊었던 어른들도 다시 들뜨는 계절. 돌아온 소풍 시즌, 한국인의 솔푸드 김밥도 빠질 수 없지 않은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놓은 ‘2021 식품외식산업 주요통계’를 보면 김밥집(약 4만)은 카페(7만)보다는 적고, 치킨집(3만)보다는 많을 정도로 우리 일상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김밥집 가운데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한두 곳 자기만의 김밥 맛집이 있지 않을까. 셰프, 푸드 디렉터 등 ‘맛잘알’이자 자칭 김밥 마니아인 이들에게 이 계절 참고할 만한 김밥 맛집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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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엔 투박해도 의외의 맛


서울 송파구에서 일식 선술집 오반자이시젠을 운영하는 임정서 오너 셰프는 휴대폰 속 지도 앱에 김밥 폴더를 따로 마련해둘 정도로 김밥을 좋아한다. 지방 출장을 가거나 낯선 지역을 갈 때면 늘 그 지역 김밥 맛집을 검색하는 김밥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가 추천하는 김밥 맛집은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팔미분식(051-808-0919). 팔미분식은 김밥 전문점이 아닌 시락국(시래기국), 김치국밥, 충무김밥 등을 파는 작은 분식집이다. 흰색 플라스틱 접시에 충무김밥 한 줄, 새빨간 어묵무침과 섞박지가 담겨 나오는데 이 집만의 특징은 계란부침을 얹어주는 것. 두툼하게 전처럼 부쳐서 턱 얹은 모양이 투박하기 그지없지만 고소한 계란에 짭조름한 어묵, 섞박지, 충무김밥을 번갈아 먹다 보면 한없이 들어가는 맛이다.

임 셰프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입구에 있는 웰빙청계산다시마김밥(02-3461-7058)도 추천했다. 등산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김밥부터 편육에 족발까지 다양한 음식을 파는데 임 셰프가 손에 꼽는 메뉴는 가게 이름에도 내걸린 다시마김밥. 그가 이 집 김밥을 첫손에 꼽는 이유는 “오독오독 씹히는 다시마 식감이 좋고, 다시마의 감칠맛이 김밥 전체의 밸런스를 잘 잡아주기 때문”이라고. 불린 다시마를 양념해 당근, 오이, 어묵, 흰 단무지 등을 함께 말아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한식주점 제육원소 김동영 셰프는 푸근한 손맛이 느껴지는 시장 김밥 맛집을 추천했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안에 있는 원조누드치즈김밥(010-3164-1145)의 기본 메뉴는 치즈참치김밥이다. 캘리포니아롤처럼 매끈한 누드김밥이 아니라 햄, 게맛살, 어묵, 단무지, 치즈 등을 넣고 대충 후루룩 만 김밥 위에 참치를 무심하게 척척 올려서 내준다. 잡채와 어묵 세트 메뉴도 있으니 든든하게 한 끼 해결도 가능. 일찍부터 일하는 시장 상인들에 맞춰 새벽 5시30분부터 문을 여는 부지런한 가게이기도 하다.

요리책 전문 출판사 맛있는책방의 장은실 편집장은 전남 목포 정성김밥(061-242-7312)의 톳김밥을 추천했다. “톳이 잔뜩 들어갔는데 쫄깃하고 톡톡한 식감이 별미인데다, 굉장히 신선한 맛이 난다”는 것이 그의 평. 김밥, 시금치, 당근, 단무지, 톳만 들어갔는데도 맛이 매우 풍성하고, 같이 내어주는 겨자소스에 톳김밥을 콕 찍어 먹다 보면 계속 손이 갈 수밖에 없단다.

한겨레

전남 목포 정성김밥의 톳김밥과 전복김밥.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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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김밥처럼 푸근하게


단순함이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했나. 유행하는 화려한 김밥들 사이에서 기본을 지키는 데 애쓰는 김밥집들이 있다. 줄 서는 김밥집이 수두룩한 제주는 그야말로 ‘김밥 천국’인데, 제주가 고향인 장 편집장은 수많은 제주 김밥 맛집 가운데 한림읍 한림민속오일시장 인근 한입김밥(064-796-7797)을 첫손에 꼽는다. “요즘 유행하는 명물 김밥 느낌은 아닌데, 엄마가 막 싸준 것 같은 맛,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고, 사이즈도 크지 않은 가정식 김밥”이라고. 오전 6시, 이른 아침부터 문을 여니 일찍 길을 나선 여행객들은 참고하자.

이홍란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연구원은 그런 김밥 맛집으로 서울 은평구 구산역 근처의 진김밥(02-354-7776)을 추천한다. 고등학교 앞이라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인지, 속재료가 듬뿍 들어 있는데도 김밥 한 줄에 아직도 2500원 하는 믿을 수 없는 가격도 추천 이유. 이 연구원은 “맛있는 김밥집은 잘하는 스시집처럼 밥알의 상태가 좋은데, 이 김밥집은 밥알이 너무 질지도 딱딱하지도 않고 쌀알 모양이 잘 살아 있어 씹는 식감이 좋다”고 평했다.

요리책 <오늘, 양식 하다> <모두의 올리브> 등을 펴낸 정리나 푸드 디렉터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작은 분식점 후랜드(02-543-5451)를 추천한다. 김밥, 꼬마, 유부, 콤비, 식혜 다섯가지 메뉴가 전부인 이곳 김밥은 참기름을 반질반질 바른 김에 간간한 밥, 우엉, 당근, 계란, 오이, 소고기 등을 넣고 싼 딱 기본 김밥. “할머니들이 직접 우엉 볶고 당근 볶아서 간단하게 말아주는 집김밥 같은 스타일”이 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김밥 마니아들이 추천한 나만의 김밥 레시피

천사채김밥

다시마와 우뭇가사리를 가공해 만든 천사채는 식당에서 주로 회 아래 깔아서 쓰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김밥 속재료로 활용하면 오독오독하는 식감이 재밌다. 천사채에 마요네즈, 식초, 설탕, 겨자, 소금을 넣고 버무려 샐러드처럼 만든 뒤 계란, 오이 등 다른 재료와 함께 만다.(김동영 제육원소 셰프)

묵은지고등어김밥

묵은지 양념을 씻어내고 물기를 꼭 짠 뒤 들기름, 참깨를 넣어 무치고, 구운 고등어 살을 발라 김밥 속재료로 넣고 돌돌 말면 잃어버린 입맛 돌아오는 맛.(김동영 제육원소 셰프)

노단무지김밥

김밥에서 개인의 취향이 갈리는 지점이 있다면 단무지 아닐까. 맛이 강한 단무지 대신 김밥의 기본 오이, 달걀, 햄 세 가지만 간소하게 챙기자. 오이는 참기름에 한번 볶아 넣으면 씹는 맛이 좋다. 햄은 김밥용으로 납작하게 눌려 나온 것이 아닌, 슈퍼마켓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살 것. 맛의 차원이 달라진다.(장은실 맛있는책방 편집장)

다시마김밥

잘 불린 다시마를 식초 넣은 물에 한번 더 끓여 부드럽게 만든 뒤 간장, 설탕, 미림, 술을 넣고 중약불에 천천히 조린 뒤 다른 김밥 속재료와 함께 김밥을 말면 된다. 달콤짭조름한 맛이 일식 김밥 느낌이 난다. 아보카도를 넣어 부드러운 맛을 더해도 맛있다.(임정서 오반자이시젠 셰프)

미역튀각김밥

건미역을 소금물에 불린다. 미역에 연두 1스푼, 밀가루 1/2컵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 뒤 팬에 기름을 넣고 160~170도에서 미역이 바삭해질 때까지 튀겨준다. 단무지, 유부, 당근, 오이 등을 넣고 만다. 재료 중 유부는 특히 미역튀각과 조화가 좋으니 빼먹지 말자.(이홍란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연구원)

명란아보카도김밥

짜지 않은 백명란을 기름 두른 팬에 넣고 자글자글하게 익힌다. 이때 촉촉한 맛을 살리기 위해 반 정도만 익힐 것. 명란을 반으로 갈라 잘 펴놓은 밥 위에 얹고 단무지, 우엉, 시금치, 달걀, 게맛살, 아보카도를 넣고 만다. 밥은 다시마 한장을 넣고 찹쌀로 지어보자. 맵쌀과 또다른 포근한 맛이 난다.(정리나 푸드 디렉터)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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