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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판문점 간 해리스 “한·미동맹 굳건”…북한, 연이틀 동해로 미사일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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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8시간 동행 취재





중앙일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29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인근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공동경비구역(JAS) 요원의 안내를 받으며 쌍안경으로 북한 쪽을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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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9일 밤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또다시 쐈다. 지난 25일과 28일에 이어 닷새 사이 세 번째 기습 도발에 나선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양국 함정 20척 이상이 동해상에서 작전 중이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뒤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상황에서다.

해리스 미 부통령은 이날 “한·미 동맹은 강철같이 굳건하다”며 “북한의 28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명백한 도발이며 우리는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을 찾은 해리스 부통령은 오후 판문점을 찾아 군사분계선과 가장 근접한 오울렛 초소와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중 400회가 넘는 회담이 열린 T2 회의실을 방문한 뒤 이렇게 말했다. 중앙일보는 일부 영상 매체를 제외하고 한국 언론 중 유일하게 해리스 부통령 동행취재단 차량에 동승해 전 일정을 밀착 취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방한 일정을 마치고 기자단에 “윤석열 대통령과 북한 도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며 “(6·25)전쟁 이후 남측의 한국은 세계 경제의 파워하우스(강국)로 선한 힘의 대표주자가 됐지만, 북한은 잔인한 독재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판문점에서 예정보다 긴 시간을 보내며 남북 분단의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주한미군 자녀에 허리 숙인 해리스 “여러분 헌신 덕에 세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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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가르는 군사분계선(MDL), 북한과의 경계에 한 발짝 앞까지 다가간 뒤 군 관계자로부터 남북 분단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맞은편의 북측 판문각에서 북측 인원 두 명이 흰색 방호복에 파란색 보호 고글을 쓰고 커튼 사이로 몸을 가린 채 5분가량 망원경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감시했다. 이런 엄중한 상황을 직접 목격한 해리스 부통령은 “전쟁의 위협이 여전하다”며 “미국과 한국은 어떠한 만일의 사태에도 준비돼 있다”고 동맹의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판문점의 T2 회의실에 들어선 해리스 부통령은 “지금 기자들이 서 있는 곳이 북한 쪽인 거냐”고 물으며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벌어졌던 이곳의 역사에 관심을 나타냈다. 실제로 군사분계선은 T2 회의실 가운데를 지나가는데 방 안에서는 경계선과 상관없이 다닐 수 있다. 북한 군인들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엔 이곳에서 함께 근무를 섰지만 이날엔 주변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이어 오울렛 초소를 찾은 해리스 부통령은 북한 땅을 바라보며 “북한이 이렇게나 가깝다니 놀랍다”며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맨눈으로 보이는 DMZ 내 유일한 북측 거주지인 기정동 마을과 개성공단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망원경을 눈에서 떼지 못했다. 자리를 옮기려 하다가도 “흠”하며 다시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바라봤다.

해리스 부통령은 판문점 방문에 앞서 배우 윤여정씨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 등을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한 뒤 ‘하비브 하우스’로 불리는 서울 중구 미국 대사관저로 이동해 ‘새 장을 연 여성들과의 만남’이란 행사에 참석하면서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이자 유색인종 부통령인 그는 ‘다양성’이라는 주제 아래 젠더 이슈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이날 “내 어머니는 항상 ‘어떤 일을 하는 첫 여성이 될 수는 있겠지만, 마지막 여성이 되지는 말라’는 말씀을 했다”며 “여성 이슈에 항상 관심이 크기 때문에 방문하는 국가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연아 선수는 단정한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머리를 뒤로 묶은 채 미소를 띠고 해리스 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했다. 윤여정씨도 미소로 해리스 부통령을 맞았다. 그 뒤 대화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날 모임엔 『0 영 ZERO 령』 등을 쓴 주목받는 젊은 여성 소설가 김사과씨와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도 참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날 한국에 머무른 건 약 8시간으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특별히 마음을 기울인 또 다른 행사가 있었다. 바로 주한미군 가족을 만난 자리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장병에게도 다가가 일일이 이름과 고향, 맡은 임무를 물었다. 긴장한 병사가 말을 꺼내지 못하자 “자기 이름은 잘 알고 있는 거죠”라는 농담을 던져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장병의 어린 자녀들에겐 허리를 숙여 “여러분이 이렇게 헌신하는 덕에 세계가 평화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트레이드 마크인 바지 정장 차림으로 기자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 그를 태운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투는 이날 저녁 한국을 떠났다.

미국 부통령의 방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8년 2월 평창 겨울 올림픽에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이 참석한 뒤 4년6개월 만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는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축하사절로 방한했다. 당시 엠호프 세컨드 젠틀맨은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카멀라와 나는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카멀라도 한국을 방문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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