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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시사철 법원으로 몰려드는 소송인…비수기 없는 복합 상권 ‘교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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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은 메가 상권이 즐비한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상권 중 한 곳이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기준 교대역보다 매출이 더 큰 상권은 가로수길·홍대입구역·압구정로데오·강남역 정도다. 여타 상권에 비해 존재감 자체는 크지 않지만 실제 장사는 잘되는 ‘알짜 상권’이라고 볼 수 있다. 더현대 서울, IFC몰 같은 대형 쇼핑 공간이 여럿 위치한 여의도역이나 익선동·귀금속 거리를 끼고 있는 종로3가역과 비교해도 매출 규모가 더 크다.

교대역은 다채로운 업종이 자리 잡은 상권으로도 유명하다. 법조인, 대학생, 아파트 주민 등 배후 수요 자체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덕분일까. 초대형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코로나 팬데믹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4~5월 교대역 상권 매출은 약 1040억원이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5월(약 1182억원)과 비교하면 약 12% 감소하기는 했지만 다른 상권과 비교하면 ‘양반’이다. 같은 기간 종로3가역 매출 증감률은 -20.2%, 홍대입구역은 -21.1%를 기록했다. 교대역 인근에 위치한 역삼역(-20.6%)과 사당역(-25%) 역시 20%가 넘는 감소율을 보였다.

코로나 충격이 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반등 조짐이 심상치 않다. 2019년 매출을 넘어설 정도로 최근 매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서울 주요 상권 중 올해 4~5월 매출이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상권 6위다. 가로수길·홍대입구역·압구정로데오·논현역·종로3가역 다음이다.

코로나 이전보다 요즘이 더 잘나간다. 2019년 2분기 교대역 상권 월평균 매출은 603억원. 2020년(576억원), 2021년(562억원) 주춤했지만 올해는 66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7월에는 월매출 711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직장인과 학생이 컴백하면서 상권 전반이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교대역 상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매경이코노미가 나이스지니데이타와 손잡고 연재 중인 ‘포스트 코로나 신상권 지도’ 6편의 주인공 ‘교대역’ 상권을 집중 해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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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상권은 법원과 서울교대를 중심으로 4가지 상권으로 나뉜다. 그 상권마다 특색이 다양하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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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상권은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비롯한 고급 아파트 단지를 배후에 두고 있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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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4등분된 교대역 상권

▷법원·아파트·대학교·먹자골목

교대역 상권이 본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1989년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995년에는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교대역 인근에 자리를 잡으며 상권 사이즈가 확 커졌다. 판·검사 등 공무원은 물론 법무법인과 법률 사무소가 대거 들어서면서 변호사 등 법조 관련 직장인 인구가 크게 늘었다.

1996년에는 기존 지하철 2호선에 더해 3호선까지 개통되면서 더 큰 호재를 맞았다. 교대역은 강남권에서 지하철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유일한 환승역으로 자리 잡으며 유동인구가 급증했다. 서울 내 모든 지하철역 중 환승 인원이 매년 5위권 내 위치할 정도다.

교대역만의 차별점은 또 있다. 위치에 따라 상권 특성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이다. 교대역 상권은 ‘교대역 사거리’를 기준으로 딱 네 개 상권으로 갈린다. 사거리 북서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법원 상권’ ‘아파트 상권’ ‘대학교 상권’ ‘먹자골목 상권’이다. 상권마다 인근에 위치한 주변 시설이 다른 덕분에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복합 상권이 형성됐다.

먼저, 서울중앙지방법원 바로 앞쪽에 위치한 ‘법원 상권’이다. 이곳에는 일반 음식점 외에도 법률 사무소, 법무사 사무소, 인쇄소 등 다양한 업장이 들어서 있다. 전국 각지에서 소송을 위해 찾는 인구가 주요 고객이다.

법원 상권 동편에는 ‘아파트 상권’이 형성돼 있다. 서초교대e편한세상아파트, 유원아파트를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이 살았던 것으로 유명한 ‘아크로비스타’ 등 고가 아파트 단지가 대거 들어서 있다. 치과, 한의원, 여성 미용실, 입시학원, 요가, 비만·피부 관리 등이 주요 업종이다. 주변 소득 수준이 높은 덕분에 객단가 역시 높은 상권으로 유명하다.

아파트 상권 남쪽으로는 ‘대학교 상권’이다. 서울교육대와 서울교대부설초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피 전문점(32개, 올해 7월 기준)이 가장 많이 분포한 곳이다. 교대역 4개 상권 중 약국(8개)과 편의점(8개)이 가장 많다는 점도 특이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대학교 상권 좌편에 위치한 것이 ‘먹자골목 상권’이다. 4개 상권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음식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55.4%나 될 만큼 먹거리에 특화된 상권이다. 올해 7월 기준 한식·백반 매장이 80개로 가장 많았고 커피 전문점(46개), 호프·맥주(32개), 노래방(23개), 갈비·삼겹살(22개) 등 매장이 들어서 있다.

이처럼 다양한 상권 포트폴리오는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4~5월 기준, 교대역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가장 많이 오른 업종 순위를 1위부터 5위까지 살펴보면 한식·백반, 일반 병원, 변호사(법률 사무소), 노래방, 피부과로 다양하다. 호프·맥주(6위), 갈비·삼겹살(8위), 커피 전문점(10위), 냉면집(13위), 꼬치구이 전문점(14위) 등 외식 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편의점(11위), 여성 미용실(12위), 꽃집(17위), 화장품(18위) 등 소매·서비스 업종 매출 증가폭도 두드러졌다.

주시태 나이스지니데이타 팀장은 “교대역은 법조타운, 병원, 교육대, 아파트와 주택가, 여기에 먹자골목과 유흥시설까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상권이다. 유동인구, 주거인구, 근로인구, 학생인구가 두루 포진해 있다. 수요가 다양하고 워낙 여러 업종이 모여 있는 상권이라 서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증가세와 달리 점포 수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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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상권은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비롯한 고급 아파트 단지를 배후에 두고 있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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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이층집이 이끈 ‘교대 전성기’

▷서관면옥·교대곱창 등 신구 조화도

교대역 4개 상권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상권은 단연 ‘먹자골목’ 상권이다. 월평균 매출이 2021년 192억원에서 올해 234억원까지 증가하며 교대역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교대역 14번 출구 뒤편으로 이어지는 이면도로 골목이 주목받는다.

먹자골목 이면도로 부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외식 기업이 ‘세광그린푸드’다. 레트로한 인테리어와 꽃삼겹 맛집으로 유명한 ‘교대이층집’이 출발이었다. 이후 돼지갈비 전문 브랜드 ‘교대갈비집’, 특수부위 전문점 ‘교대골목집’, 족발 전문점 ‘교대평상집’ 등 이른바 ‘교대 시리즈’가 잇달아 히트를 쳤다. 여기에 저온숙성 양대창으로 전국구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세광양대창’, 보쌈·막국수 음식점인 ‘서리풀식당’까지 더하면 총 6개 매장이 교대 먹자골목에 포진해 있다. 그야말로 ‘세광촌’이 형성된 셈이다. 과거 ‘교대 곱창’으로 대표되는 기존 먹자골목에 비해 한산했던 이면도로 골목은 세광그린푸드 브랜드 인기에 힘입어 단숨에 교대역 핵심 상권으로 부상했고, 교대역 먹자골목 상권이 한층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세광그린푸드 브랜드 외에도 교대역에는 신흥강호로 급부상한 맛집이 즐비하다. 상권 전체가 재평가되면서 실력 있는 외식 자영업자들이 하나둘 진입한 결과다. 평양냉면으로 조선시대 반상 문화를 재현해놓은 ‘서관면옥’, 가성비 중국집으로 ‘백탕면’이 유명한 ‘양가식탁’ 등이 대표적이다. 주변 배후인구 소득 수준이 높은 덕분에 ‘스시야’도 대거 진입했다. ‘스시소라’ ‘스시진수’ ‘스시 윤슬’ 등이 유명하다.

새로 생긴 음식점만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교대 상권을 지켜온 노포들도 꾸준히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40년 넘게 영업하며 과거 교대 곱창 거리 전성기를 이끌었던 ‘교대곱창’, 30년 전통의 ‘거북곱창’ 등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업력 30년이 넘은 곰탕 전문점 ‘신선옥’,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 인증을 받은 백숙 맛집 ‘3대삼계장인’ 등 노포들 역시 최근까지도 맛집 플랫폼 검색어 상위권에 위치할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안병익 식신 대표는 “교대역 상권은 법조인과 고소득자들이 즐겨 찾는 상권으로 미식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지역이다. 전통 있는 노포와 교대이층집 같은 신흥 매장, 그리고 고급 스시야까지 다양한 종류의 수준 높은 음식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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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광그린푸드가 운영하는 교대이층집은 교대 상권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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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상권은 법원이 건재한 한 앞으로도 끄떡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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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 향후 전망은

▷법원 굳건하고 서리풀터널 교통 호재

교대역 상권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법원이 있는 한 상권이 갑자기 죽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대 상권을 이용하는 대부분 고객이 법률 종사자거나 소송 때문에 법원을 찾는 사람이다. 소송은 경기가 불황이든 호황이든 줄어들지 않는다. 유동인구가 안정적으로 확보돼 있다는 얘기다. 김슬기 세광그린푸드 대표는 “법원이 있는 한 교대 상권은 무너질 일이 없다. 법원을 찾는 사람은 늘 많고 소송 건수는 늘어만 간다. 변수가 크지 않은 게 이 상권의 매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서리풀터널 개통 이후 교통량이 늘어난 점도 호재다. 방배동에서 서초동까지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방배동 지역 배후인구를 교대 상권이 흡수하는 모양새다. 교대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점주 김주웅 씨(가명)는 “서리풀터널이 개통하면서 교대 일대에 교통량과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배후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말에도 상권에 손님이 몰린다. 직장인 대상의 주 5일 상권에서 주 7일 상권으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교대 상권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진입을 고려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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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는 주의할 사항이 있다. 우선 비싼 임대료와 권리금이다. 상권 평가가 좋은 만큼 매장 구하기가 어렵다. 권리금이 비싼 매물은 최대 1억5000만원이 넘는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교대역 인근은 1억~2억원대 자금으로 창업은 꿈도 못 꾼다. 임대료뿐 아니라 쟁쟁한 외식업자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다. 가게 운영 경험이 적은 이가 섣불리 들어오기 힘든 상권”이라고 분석했다.

교대역 상권에서 매장이 점점 대형화·고급화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올해 교대역 상권 매출은 2019년보다 크지만 점포 수는 오히려 줄었다. 2019년 1410개에서 2021년에는 1281개까지 줄며 120개 넘는 점포가 문을 닫았다. 최근 1350개 수준으로 다시 늘기는 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개업이 더딘 모습이다. ‘매장별 매출이 늘었다’는 얘기는 매장 크기가 커졌다는 말과 같다.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한 창업 비용과 관리비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

김도훈 나이스지니데이타 연구원은 “교대역 상권은 매출은 증가하고 점포는 감소하는 상권 ‘집중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상권에서는 매장이 전문화·고급화·대형화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4050세대 고소득 남성 위주 고객이 많다 보니 크고 널찍한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대역 상권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영민 씨(가명) 역시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2030세대보다는 인근에서 일하는 공무원과 직장인 손님이 많다. 법조타운 직장인이 회식 장소로 이용할 수 있을 만한 쾌적하고 넓은 시설을 갖춰놓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 김슬기 세광그린푸드 대표

프랜차이즈의 무덤…‘퀄리티’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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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대표가 이끄는 세광그린푸드는 교대이층집을 비롯해 현재 6개 브랜드 매장을 교대에서 운영한다. ‘교대 상권 외식업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그에게 교대 상권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에 대해 물었다.

Q 왜 교대 상권을 선택했나.

A 처음 보자마자 ‘좋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상권이 가진 매력이 너무 확실했다. 바로 ‘법원’의 존재다. 교대 상권은 특수 상권이다. 유동인구는 종로나 홍대에 비하면 적은 게 사실이다. 다만 사시사철 ‘구매력 높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법원이 있다. 소송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 때문에 교대역 상권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없다.

Q 소송 때문에 방문한 손님은 ‘뜨내기’ 아닐까.

A 대법원은 전국 각지 소송의 최종 단계를 맡는 곳이다. 손님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평일에 일을 보러 온 손님들이 식당에 들러 밥을 먹고, 맛있다고 생각하면 주말에 처·자식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단골 몇 명만 잘 잡아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법원에서 입소문만 타면 홍보도 할 필요가 없다. 알아서 소문이 다 난다. 이런 점에 매력을 느껴 교대에 진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Q 교대이층집이 대박을 터뜨렸다.

A 사실, 우연찮은 계기로 탄생했다. 교대에 음식점을 차리려다 보니, 1층에 임대료가 너무 비쌌다. 어쩔 수 없이 1층보다 저렴한 2층에 가게를 차렸다. 2층에 있는 삼겹살집이라는 뜻에서 이름도 ‘이층집’으로 지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매출이 한 달에 40만원에 그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법조인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Q 예비 창업자가 주의해야 할 교대 상권만의 특징이 있다면.

A 교대 상권은 가격보다는 ‘맛’이 가장 중요하다. 법률, 의료 종사자가 많다 보니 기본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다. 때문에 미식에 대한 기준도 엄격하다. 프랜차이즈 가게가 섣불리 성공하기 힘든 상권이다. 누구나 알만한 유명 고깃집 프랜차이즈도 6개월 만에 짐을 싸서 나갔다. 현재도 치킨을 제외하면 프랜차이즈 음식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가성비로 승부한다 생각하지 말고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나건웅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7호 (2022.09.28~2022.10.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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