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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의문사' 시위 확산에 이라크 쿠르드 폭격…임산부 포함 9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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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부적절한 히잡 착용을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연행된 쿠르드족 여성이 구금 중 의문사한 사건 뒤 이란 전역에서 2주 가까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위가 쿠르드 세력에 의해 촉발됐다고 주장하는 이란이 국경 너머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까지 폭격을 가해 최소 9명이 숨졌다. 강경 진압에도 시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히잡을 불태우며 시위에 참여해 온 여성들이 이제 공개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며 정부에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이라크 국영 <INA> 통신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각)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에 이란이 가한 폭격으로 9명이 죽고 32명이 다쳤다. 이날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가 대테러 작전 일환으로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 지역을 73개의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수십 대의 드론을 이용해 정밀 타격해 반이란 테러리스트 목표물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5일간 지속된 폭격은 이라크 북부 에르빌, 술레이니마니야 지역에 집중됐다. 이 지역엔 반이란 조직 이란쿠르드민주당(KDPI) 등이 위치한다.

이란은 반이란 쿠드르 세력을 "분리주의자"로 칭하며 이 지역에 국경을 넘은 공격을 종종 단행하긴 했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란을 휩쓸고 있는 시위 이후 공격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쿠르드족 여성 마흐샤 아미니(22)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 착용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연행된 뒤 돌연 사망한 뒤 이란에선 2주 가까이 진상규명 및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리고 있다. 매체는 시위를 강경 진압 중인 이란 정부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세력이 시위 일부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외무부는 28일 성명을 내 로켓, 대포, 드론 20대가 공격에 사용됐다고 밝히며 이러한 행동이 "이 지역에 암운을 드리우고 긴장 고조에 기여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유엔(UN)도 이날 사무총장 대변인 성명에서 "이라크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공격은 어린이를 포함해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인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8일 성명을 내 이날 공격으로 이라크 쿠르드 거주지 내 이란 난민 거주지인 에르빌주 코야 지역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구는 특히 이번 공격이 난민 어린이들이 수업 중인 이 지역 초등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유니세프는 이날 코야 공격으로 최소 2명의 어린이가 부상을 입고 한 명의 임산부가 사망했다고 밝히며 공격을 규탄했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28일 성명을 내 이날 이 지역 주둔 중인 사령부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에르빌 쪽으로 향하는 이란 무인기(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성명에서 "이러한 무차별적 공격은 무고한 시민을 위협하고 이 지역 안정에 위기를 초래한다"며 이란혁명수비대를 특정해 비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성명을 내 "국경을 넘어선 공격으로 이란 국민의 정당한 불만과 국내 문제에서 비롯된 비난을 모면할 순 없다"며 "미국은 중동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이란의 행위를 막기 위해 계속해서 제재 및 다른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음에도 반정부 시위는 2주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지난 17일 아미니의 장례가 치러진 쿠르드 거주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며 규모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이란 정부는 26일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41명에 이르고 1200명 넘는 인원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는 사망자 수가 76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란 정부가 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인터넷과 휴대폰 서비스를 제한해 희생자 수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태다. 

"여성들 '단발 시위'는 여성 외양에 대한 강요에 신경쓰지 않겠다는 분노 표시"

시위 초기부터 히잡을 태우며 시위에 적극 참여한 이란 여성들은 최근 공개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며 정부에 항의하는 뜻을 표하고 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 거주하는 이란 출신 화학공학자 파에제흐 아프샨(36)은 28일 미국 CNN 방송에 이란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그들(정부)이 우리가 어떤 외양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든, 그리고 그들의 미적 기준에 대해 우리는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폭력 대응에도 시위가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비교적 온건했던 전임 하산 로하니 대통령 집권 아래 잠시 숨통이 트였던 이란인들이 지난해 집권한 강경파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아래서 느끼고 있는 절망이 표현된 것이라고 짚었다. 국제 분쟁·갈등 조정 연구기관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란 국장은 이 매체에 "젊은이들이 (강경 진압)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그들이 잃을 것이 없다고 느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국가 지도부가 계속해서 개혁을 저지해 "사람들이 더 이상 시스템 개혁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바에즈 국장은 "내 생각에 사람들은 온건한 이슬람공화국은 받아들일 용의가 있지만 (현 정부가) 그들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폭넓은 계층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저명한 활동가들이 탄압으로 투옥되거나 망명했음에도 수십 년에 걸친 풀뿌리 운동이 시위를 지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시위가 이란 정권의 강경 일변도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미국에 기반을 둔 이란 언론인 마시흐 알리네자드는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흐사 아미니 살해는 이슬람공화국에 결정적 순간(tipping point)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강요되고 있는 히잡은 작은 천 조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베를린 장벽과 같다. 만일 이란 여성들이 그 벽을 찢는 데 성공하면 이슬람공화국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27일(현지시각) 마르샤 아미니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에 미국 뉴욕에서 참여한 한 여성이 시위 도중 공개적으로 머리를 자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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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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