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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정부 15조 쓴 직접 일자리 사업 80%는 노인 알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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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단순 노무직… 지속가능한 고용과 거리 멀다는 평가

보여주기식 고용지표 개선 집착, 비효율적 예산 집행 지적

# A(67)씨는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불 켜진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소등을 했다. B(65)씨는 ‘농촌 환경 정비원’으로 일했는데 주 업무는 시골의 폐비닐을 줍는 소일거리였다. 서울시 간편 결제 시스템을 온라인에서 홍보하는 일을 하는 C(66)씨는 실제 근무시간이 1시간 남짓이어서 낮잠을 자는 일이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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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르신이 구직신청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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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고용 창출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직접일자리사업의 현주소다. 노인들의 단기 일자리만 양산하고 고용효과는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해당 사업의 참여자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10명 중 8명은 65세 이상으로 집계됐다. 관련 예산은 2020년부터 처음으로 4조원 대에 진입하는 등 5년간 쏟아부은 나랏돈만 약 15조원에 달한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와 중요도가 높은 직업훈련사업은 투자가 늘지 않으면서 겉으로 보이는 고용지표 개선에 집착해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직접일자리사업에 참여한 65세 이상 비중은 2017년 67.1%에서 2019년 85.2%까지 증가했다. 직접일자리사업은 주로 공공부문의 단순 노무직이 많다. 2020년에는 79.8%로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해 82.8%로 다시 비중이 늘었다. 문재인정부 5년간 직접일자리사업 참여자 수는 436만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은 336만4000명으로 전체 약 77.2%를 차지한다.

민간 고용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돼야 할 공공부문 직접일자리사업이 노인들의 단기 알바성 일감만 내주다 보니, 지속가능한 고용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평가다. 2020년 기준 직접일자리사업의 고용유지율은 37.8%로 전년도보다 13.5%포인트 하락했다. 취업 후 6개월 뒤에도 일자리를 유지한 사람이 10명 중 4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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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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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취지가 무색해졌으나 국민 세금은 걷잡을 수 없이 투입됐다. 지난 정부에서 직접일자리사업에 쓴 예산은 도합 15조486억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3조원 이상을 쓴 셈인데, 박근혜정부 때 연평균 2조5000억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 이상 증액된 셈이다. 특히 2020년(4조8273억원)부터는 4조원대를 넘어섰다.

반면 산업 전환기 구직자의 근로능력 신장을 위한 직업훈련사업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2018년 직업훈련사업 예산이 직접일자리사업보다 근소하게 많았으나, 2019년 약 2000억원 차이로 역전됐다. 지난해에는 약 1조6000억원 차이로 벌어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고용 정책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인재 양성에 적극 투자해야 하는데, 단기적인 고용지표에 집착한 탓”이라고 말했다.

특히 직접일자리와 직업훈련사업 모두 부실하게 운영돼 온 것으로 나타나 사업 내실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부의 ‘2021 일자리사업 성과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일자리사업 38개 중 21개가 낙제등급인 ‘개선 필요’ 또는 ‘감액’ 등급을 받았다. 직업훈련사업도 44개 중 19개가 낙제등급이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노인의 단기 일자리와 효과 없는 직업훈련만 양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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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박대수 의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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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문재인정부는 적지 않은 예산을 노인일자리를 만드는 데 썼지만 신기술 인력 양성에는 소홀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자리사업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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