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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이 빚은 새 풍속도···“한국이 아이폰 제일 저렴” “몰디브 신혼여행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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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거주하는 박모씨(28)는 최근 계좌 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 거주하는 부모님이 100만원을 송금했다고 했는데, 계좌에 찍힌 액수가 765달러에 불과했다. 박씨는 29일 “한국에서 생활비를 오랜만에 받았는데 고환율을 새삼 절감했다”고 했다.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은 신혼여행지 고민이 한창이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여행상품을 결제하려다 보니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예비 신부는 “잔금을 치를 시점을 언제로 잡아야 할 지,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환율이 더 오르는 건 아닐지 마음이 복잡하다”고 했다. 한 예비 신부는 “계약할 때보다 ‘1박’ 비용이 더 들게 생겼다”고 했다.

해외 유학생들은 생활비 걱정에 한푼 두푼 돈을 아끼고 있다. 예비 신혼부부들은 코로나19 엔데믹에 맞춰 해외 신혼여행을 꿈꿨다가 항공권과 숙박비가 치솟아 걱정이다. 해외 직구를 즐기던 소비자들은 쇼핑몰 접속을 끊는 추세이다. 고환율 시대가 빚은 새로운 풍속도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4 시리즈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내 소비자들은 높은 출고가에 해외 직구를 고려했다. 그런데 고환율로 한국이 ‘아이폰이 가장 싼’ 국가가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각국의 애플 제품 가격을 비교하는 웹사이트 ‘더 맥 인덱스’(The Mac Index)가 지난 28일 전 세계 아이폰14 가격에 순위를 매긴 결과, 한국이 가장 저렴하게 아이폰14를 구매할 수 있는 국가로 나타났다. 부가세를 제외하면 아이폰14 플러스 256GB 모델 가격은 한국에서 136만원대, 일본에서 147만원대였다. 아이폰14 프로맥스 1TB 모델은 가격차가 더 벌어져 한국에서 227만원, 일본에서 236만원이었다.

애플은 국가별로 아이폰 출고가를 다르게 책정해 왔고, 한국은 이 방침에서 늘 우대를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비싼 아이폰을 사야 했다. 한국 소비자들 일부가 아이폰을 ‘해외 직구’한 이유이다. 그런데 애플이 국가별 아이폰14 출고가를 정한 시점보다 원-달러 환율이 더 크게 오른 탓에 한국에서 가장 싸게 아이폰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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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애플 제품 가격을 비교하는 웹사이트 ‘더 맥 인덱스’(The Mac Index)가 지난 28일 전 세계 아이폰14 가격에 순위를 매긴 결과, 한국이 가장 저렴하게 아이폰14를 구매할 수 있는 국가로 나타났다. 웹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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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A씨는 지난 7월 여행사에서 몰디브 신혼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이미 환율이 오르던 시점이었다. 기다렸다가 잔금을 결제하려 했지만 1200원대이던 환율은 1400원대까지 올랐다. A씨는 “환율이 떨어질 것을 기다렸는데 더 올라버렸다”며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코로나19 이전보다 비용이 1.5배는 소요되는 것 같다”고 했다.

결혼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에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하소연이 가득하다. 한 예비신부는 “하와이로 신혼여행지를 정했는데, 하와이는 안그래도 물가가 비싸 지금이라도 여행지를 변경할지 갈등된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오는 12월에 몰디브를 갈 예정인데 신혼여행을 취소하려고 한다”며 “달러가 1250원일 때 견적을 받았는데, 취소수수료를 지불하는 게 더 싸서 이번주까지 추이를 보고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잔금 치르는 시점을 미루다가 “70만원을 더 냈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결혼 예물 준비에도 고환율은 직격탄이다.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도 나온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의 제품 가격은 반년새 5~10%는 훌쩍 뛰었다. 한 예비신부는 “명품 반지 가격이 지난 2월에 비해 100만원이 올랐고, 샤넬백도 200만원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미국에서 심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B씨(28)는 장학금과 월급을 한푼 두푼 아껴 생활하고 있다. B씨는 “돈이 부족해도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다. 송금 수수료까지 하면 엄청난 부담일 것”이라며 “학교와 집만 오가며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B씨는 “그나마 기숙사 보증금과 계약금을 7월에 낸 것이 다행”이라며 “그나마 학교에서 월급과 생활비를 받고 있지만, 집에서 지원을 받는 유학생들은 정말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직구족들에게도 고환율은 경험하지 못했던 부담이다. 평소 해외 직구를 즐기던 윤모씨(44)는 “블랙프라이데이까지는 당분간 아마존이나 쿠팡 발길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직구액 규모는 10억3000만달러로, 1분기 11억4000만달러에 비해 9.2% 감소했다. 해외 아티스트의 음반을 결제했다가 환불했는데, 그 사이 환율이 올라 오히려 돈을 돌려받은 사례도 있다. 직장인 오모씨(31)는 “아티스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결제를 했다가 환불을 했는데 3000원 정도가 더 들어왔다”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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