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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잘 팔린다’ 스마트폰 양극화에 사라지는 중가폰... “소비자 선택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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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장의 양극화로 중간 가격대의 단말기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5G(5세대) 통신 상용화와 스마트폰 고성능화로 단말기 가격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제조사들도 수익성을 위해 프리미엄폰 중심으로 출시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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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4 시리즈 고급 모델 2종에 적용된 '다이내믹 아일랜드' 기능./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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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마트폰 10대 중 6대는 100만원 이상

29일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국내 판매 중인 5G 단말기 162개의 평균 가격은 115만5421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조사들이 저가형 단말기보다는 프리미엄 단말기 출시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국내 판매 중인 5G 단말기 중 가격이 100만원 이상인 제품은 총 99개로 전체 61.1%에 달했다. 스마트폰 10대 중 6대는 100만원 이상의 고가라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100만~150만원 제품이 68개, 150만~200만원 24개였다. 200만원 이상의 초고가폰도 7개나 됐다.

반면, 중가형 스마트폰 48개(29.6%)에 그쳤다. 50만~80만원 제품이 26개, 80만~100만원이 22개였다. 50만원 이하의 저가폰은 다 합쳐도 15개(9.3%)밖에 되지 않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프리미엄폰 중심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중저가형 스마트폰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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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SE시리즈./애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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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중가형 모델인 미니를 없애고, 이른바 ‘급나누기’ 전략으로 고가 모델인 프로 시리즈에 A16칩과 4800만 화소 카메라 등 신기술을 대거 집중했다. 아이폰 시리즈 중에서 중저가 모델은 아이폰 SE 정도만 남게 됐다. 아이폰 SE 가격대는 65만~88만원 수준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3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A시리즈를 내놨는데 가격대가 50만원 이하여서 저가 스마트폰에 가깝다. 사실상 중간 가격의 제품을 좀 처럼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제조사들이 프리미엄폰에 집중하는 것은 실적과 관련이 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 상승한 780달러까지 올랐다. 특히 1000달러 이상 제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1000달러 이상 제품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고, 전체 판매량 기준으로는 5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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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7일 온라인을 통해 '삼성 갤럭시 A 이벤트 2022'를 열고 '갤럭시 A53 5G'(오른쪽)와 '갤럭시 A33 5G'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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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거나 비싸거나” 경기 침체에 달리진 소비패턴... “단말기 고가화 멈춰야”

스마트폰 시장이 양극화 되고 있는 이유로는 우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영향이 크다. 고물가에 금리 인상 압박까지 이어지면서 수요 자체가 급감한 것이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빨리 교체하며 신기술을 체험하기보다는 한번 살 때 비싸고 좋은 폰을 구입해 오래 쓰거나, 아예 저렴한 저가폰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1대를 팔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판매하고자 할 수밖에 없다. 저가폰은 수익성 보다는 판매 대수 확보를 위한 전략적 출시로 보인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자산 양극화도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더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명품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스마트폰 양극화가 유독 한국에서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시장이 프리미엄폰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삼성과 애플의 양강 구도 속에 중국 등 중저가 외산 제품들의 출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외산폰의 무덤’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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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별 5G 단말기 평균 가격./한국소비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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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미국 5G 단말기 중 플래그십 모델은 애플, 삼성, 구글이고, 중저가 모델은 애플, 삼성 이외에도 모토로라, 노키아, TCL 등이 있다. 영국에서도 샤오미나 한국 시장에는 출시되지 않은 소니, 오포 등 다양한 중저가 브랜드가 있다. 일본도 구글, 샤프 등이 중저가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가격 경쟁력도 높다. 미국에서 애플 중저가 모델은 429~579달러(59~80만원), 삼성 449달러(62만원) 수준이다. 반면, 중저가 브랜드인 모토로라는 299달러(41만원), 노키아 252달러(34만원), TCL 198달러(27만원) 등에 판매되고 있다. 애플, 삼성의 중저가폰과의 가격차이가 20만~50만원 육박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애플 중저가폰은 424~568파운드(67~90만원), 삼성 399파운드(63만원), 소니 423파운드(67만원) 수준이지만, 오포, 샤오미는 각각 187파운드(29만원), 279만원(44만원)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로 재편되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독과점 심화는 단말기 고가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5G 고가 요금제와 더불어 비싼 단말기 가격은 소비자의 가계 통신비 부담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제조사 및 통신사들이 다양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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