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공정위, 가습기살균제 '거짓광고' 심의때 기사는 제외…헌재 “위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무려 6년간 심리한 헌재,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
헌재 “광고, 매체 통해 널리 알리는 모든 행위…기사 배제는 자의적”
전속고발권, 피해자 재판진술권 행사 원천 봉쇄…공정위 재조사 전망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부당 광고 사건을 심의할 때 인터넷 기사를 제외한 행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SK케미칼 제조‧애경산업 판매) 관련 인터넷 기사 3건의 심의 절차를 종료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투데이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2011년 애경산업과 SK케미칼 등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부당 광고한 사건을 조사하다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A 씨는 2016년 4월 공정위에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부당한 표시‧광고를 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제품 라벨 표시와 애경산업 홈페이지 광고, 신문지면 광고, 인터넷 기사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공정위는 2016년 5월 피해자들 신고로 2차 조사에 착수했으나 역시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같은 해 7월 신문지면 광고와 인터넷 기사들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표시광고법 제정 전에 판매된 제품이라거나 인터넷 기사를 표시광고법상 ‘광고’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2개월가량 뒤에는 “인체 위해성 연구‧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라벨에 있는 표시나 홈페이지 광고에 대한 심의도 결론 없이 종료했다.

이에 피해자 중 한 명인 A 씨는 그해 9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 사안을 6년 동안 심리한 헌재는 공정위가 인터넷 기사 3건을 심사 대상에서 뺀 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고 자의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투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8월 30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전 부사장 등은 SK케미칼 전신인 유공이 국내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당시인 1994년 10∼12월 서울대에 의뢰해 진행한 유해성 실험 결과를 은닉한 혐의를 받아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기자 이름이 명시된 신문 기사’ 형식이어서 ‘광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표시광고법상 광고란 ‘사업자가 상품에 관한 일정한 사항을 정기간행물 등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일체의 행위’”라며 공정위의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헌재는 특히 “(문제의 인터넷 기사에는) 제품이 인체에 안전하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도 있어 심사 절차 진행은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인체에 안전하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피심인(SK케미칼·애경산업)에 있고, 심의 절차까지 나아갔더라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 행정 처분을 부과할 가능성과 공정위의 고발,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짓‧과장 광고로 인한 표시광고법 위반죄는 공정위에 전속 고발권이 있어 공정위의 고발이 없으면 공소제기(기소)가 불가능하다”며 “인터넷 기사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기소의 기회를 차단한 것은 A 씨의 재판 절차 진술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가습기 살균제 라벨과 홈페이지 광고는 2018년 공정위의 재조사로 이미 고발 처분이 내려졌고, 신문지면 광고는 1999년 판매가 종료된 제품에 관한 것이라며 A 씨의 일부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 결정에 따라 인터넷 기사 3건에 대해 공정위의 재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이투데이/박일경 기자 (ekpark@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