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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 추진에 ‘임시방폐장’ 신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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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6월11일 경북 경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맥스터)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청와대 앞에서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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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증설인가? 임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방폐장) 신설인가?

한국수력원자력이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습식저장시설) 물속에 잠겨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 이를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시설(건식저장시설)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수원은 이 시설을 두고, 사용후핵연료 저장 방식이 ‘습식’(물속 저장)에서 ‘건식’(물 밖 저장)으로 바뀔 뿐 기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와 다를 것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임시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신설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수원은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에 따라 고리원전에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사업 일정을 수립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폐기의 대상이 되는 방사성물질’ 가운데 알파 방사선 방출 핵종농도가 1g당 4000Bq(베크렐)이 넘는 물질을 말한다.

원자력안전법은 사용후핵연료 가운데 국무총리 소속 원자력진흥위원회가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 방사성폐기물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폐기 결정을 한 사례는 없다. 결국 국내 원전에 있는 모든 사용후핵연료는 법적으로 방사성폐기물이 아닌 셈이다. 한수원과 정부가 고리원전에 지으려는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이 방폐장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근거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이 원전 부지 안에 짓는 원전 관계시설에 불과해 지난 3월 경주 월성 원전에 준공된 건식저장시설(맥스터)처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 절차만 밟으면 된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도 29일 “원전 내에 건설하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은 중간저장시설·영구처분시설과 같은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하기 전에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시설로서 ‘임시방폐장’이라는 용어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강조하고,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기본계획과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라 확충을 지속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확정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보면, 정부는 2031년부터 고리·한빛원전 등의 기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포화 상태가 될 것으로 판단해, 원전 사업자에게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 확보 전까지 한시적으로 원전 부지에 건식 저장시설을 운영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원전 지역 주민들은 “중간저장시설은 쉽게 확보되기 어려워 임시로 운영될 저장시설이 사실상 무기한 저장시설이 될 것”이라고 반발하며 지난 3월부터 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진행 중이다. 모든 원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설치해 무기한 운영하도록 허용하면서도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은 무효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현행 법령상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이런 움직임을 보면, 정부가 관련 시설을 불법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건식저장시설) 사업 계획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의결돼 최종 확정되면 설계를 시작하고, 설계안이 확정된 뒤 인허가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시설 준공까지는 설계에 2년, 인허가에 2년 반, 건설에 2년 반 정도가 소요돼 약 7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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