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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노사 합의한 재채용 조건 '특별퇴직'은 취업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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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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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거나 재채용을 조건으로 한 특별퇴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 같은 특별채용 조건은 '취업규칙'에 해당돼 특별퇴직 근로자에 대한 회사의 재채용 의무가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통상 취업규칙은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근로관계 종료 후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사항이라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밝힌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9일 외환은행에 입사한 뒤 30년 이상 근무한 100여명이 외환은행과 합병한 하나은행을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고 밀린 월급을 지급하라'며 낸 고용의무이행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1959년 하반기 내지 1960년 상반기에 출생한 원고들은 외환은행에 입사해 근무하다 2015년 하나은행과 합병된 뒤 하나은행에서 근무하던 중 2015년 말~2016년 초 임금피크 혹은 특별퇴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당시 하나은행의 임금피크제 개선방안에 따른 특별퇴직은 일단 퇴직한 뒤 계약직 별정 직원으로 재채용돼 최장 만 58세까지 월 200만원의 급여를 보장받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하나은행이 2015∼2016년 특별퇴직한 원고들을 합의 내용과 달리 재채용하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번지게 됐다.

원고들은 합의한 대로 자신들을 고용하고, 그동안 밀린 월급을 지급하라고 주장했지만, 하나은행은 "특별퇴직을 신청하는 근로자들을 모두 재채용하겠다고 확정적인 약속이나 합의를 한 적은 없으며, 단지 별정직원(계약직)으로 재채용의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은행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 개선방안은 단체협약으로써 형식적 요건을 결여해 무효이고,이 개선방안이 취업규칙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그 중 재채용에 관한 부분은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취업규칙으로서의 성질을 갖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재판에서의 쟁점은 노사의 '별정직 재채용' 합의를 취업규칙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은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원고들이 요구한 재채용은 '퇴직' 이후의 '채용'이기 때문에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로 진행된 두 사건의 1심과 2심은 논리 구성에는 일부 차이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특별퇴직을 선택한 근로자들에 대한 하나은행에게 재채용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했다.

그리고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 판결들의 결론이 옳다고 봤다.

먼저 재판부는 "특별퇴직의 합의만으로 계약직 별정직 고용계약이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의 경우에는 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되는 사안과는 그 요건과 효과가 같다고 볼 수 없어 기대권의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특별퇴직자들에 대한 재채용 행위 자체는 특별퇴직자와 피고 사이의 종전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 이뤄지는 것이기는 하나,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은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와 피고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조건을 정한 것이므로 취업규칙으로서 성질을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은 피고에게 원칙적으로 특별퇴직자를 재채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이고,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재채용 신청의 기회 부여만을 특별퇴직조건으로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의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일부 특별퇴직 근로자들과 하나은행 사이에 재채용 신청의 기회만 부여해도 된다는 내용의 개별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재채용 부분에 반해 원고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합의이므로 근로기준법 제97조에 따라 무효이다"라며 "따라서 피고에게는 원고들에 대한 재채용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재판부는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채용에 관한 기준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앞선 대법원 판결은 신규 채용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처럼 이미 근로관계가 존재했던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특별퇴직 후 재채용이 문제되는 사건에는 원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에서는 재채용이 '퇴직' 이후 '채용'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이라며 "취업규칙에서 정한 복무규율과 근로조건은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 후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 정한 사항이라면 이 역시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최초로 설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과 같이 임금피크제도의 선택사항으로 특별퇴직을 시행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면서 당사자의 자발적인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재채용의 조건을 부여하는 경우, 근로자로서는 재채용 조건이 근로조건에 해당함을 인식해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도 제도 시행과 관련한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사건의 쟁점과 관련해 계류 중인 다수의 하급심 사건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기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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