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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팬데믹 초기보다 더 빠졌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한 달 만에 190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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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이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증발한 시총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갑작스레 닥쳤던 2년 전보다 더 심각한 자금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 전문가들은 팬데믹 초기에는 각국 정부가 돈을 풀며 대응에 나섰던 반면 현재는 고강도 긴축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현재의 자금 이탈 규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미·중 갈등의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현재 우리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비즈

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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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4.57포인트(2.45%) 급락한 2169.29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시가총액 43조원이 증발했다. 최근 한 달 간(9월 1일~28일) 줄어든 시총은 195조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며 공포 심리가 극에 달했던 시기보다 시총 감소분이 컸다. 2020년 3월 한 달 간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시총 168조원이 사라진 바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의 급락을 이끌고 있는 것은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동반 매도세다. 외국인과 기관은 최근 한 달 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7558억원, 6595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0일부터 7거래일 연속 ‘팔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패시브펀드(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담아 지수 상승률 만큼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펀드)로 매매하는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하락장을 주도함에 따라, 시총 상위 기업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위 30개 종목의 시총 합은 이달 1일 1154조5854억원에서 28일 1045조4194원으로 110조원 가량 감소했다. 이는 2020년 3월 한 달 간 상위 30개 기업의 시총 감소 금액(96조원)보다 크다.

국내 증시의 낙폭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의 급등이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4원 오른 1439.9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22일 1400원을 넘어선 환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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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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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시의 낙폭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 더 큰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초기에는 오히려 극에 달한 공포 심리 때문에 각국 정부가 완화적 통화 정책을 동원해가며 실물 경기의 악화를 막은 바 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팬데믹 초기에는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 경기가 둔화하지 않도록 총력으로 대응한 덕에 글로벌 증시가 반등할 여지가 있었고, 실제로 이후 코스피지수가 유의미한 반등을 보였다”며 “반면 지금은 고물가가 극심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가 금리 인상을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 투자 심리가 어느 때보다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완화적) 정책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일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등장한 수많은 정책의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또 “미·중 갈등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분절 등 그 밖의 매크로(거시) 환경도 심각하게 나빠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강(强)달러 기조가 완화하고 경기 둔화의 징후가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국채 금리가 하락한다면 증시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현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거의 마무리 단계로, 지금보다 150bp를 더 올리고 끝낸다면 달러화 강세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이 속도는 느리지만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면 증시가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온다면, 주가가 단기적으로 박스권 안에서 반등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정현진 기자(chungh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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