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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임윤찬 연주, 속도가 아닌 내면의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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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신간 에세이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
임윤찬 우승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
한국일보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Sim Canetty-Clar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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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협주곡은 정말 정말 연주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어려운 곡처럼 들리지도 않는다. (…)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던 드보르자크는 어떻게 해야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잘 몰랐던 듯하다."

클래식 음악의 '이상적 통역가(Ideal Interpreter)'로 불리곤 하는 영국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스티븐 허프(60)는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협주곡이 피아니스트 레퍼토리의 중심에 있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언급한다.

허프는 여타 세계적 음악가들처럼 화려한 수상·연주 경력을 자랑하지만 그만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허프는 글 쓰는 피아니스트다. 그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살아 있는 지식인(Living Polymaths) 20인'에 꼽힐 만큼 지적인 음악가로 유명하다. 신간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는 음악과 예술, 종교와 동성애 등 삶과 시대 현실에 대한 예술가적 성찰이 담긴 허프의 에세이집이다.

무대에서 빛나는 음악가의 삶 뒤에는 많은 기다림의 시간이 있다. 책은 허프가 공항과 비행기, 호텔방에서 적은 메모를 발전시킨 것이다. 60장 이상의 음반을 발표한 왕성한 활동의 연주자이자 미국 줄리아드 음대 교수이기도 한 허프는 공연 중 일화와 연주자로서의 일상, 음악과 음악가에 대한 견해, 후배 음악가를 향한 조언 등 음악에 관한 솔직한 소회를 털어놓는다. 책은 예술뿐 아니라 신앙과 종교에 대한 생각, 동성애 고백 등 허프의 개인사까지 망라한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와 다방면의 지적인 독서를 즐기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허프는 2008년 첫 내한 이후 꾸준히 연주 기회를 갖는 등 한국과도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임윤찬이 지난 6월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았고, 현대음악 필수곡인 '팡파레 토카타'를 작곡했다. 임윤찬은 우승과 함께 이 곡을 가장 잘 연주한 경연자에게 주는 현대음악 연주상도 받았다.

허프는 번역 출간 전 국내 출판사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임윤찬의 연주에 대한 평가와 격려를 전해왔다. "1라운드부터 임윤찬의 연주가 무척 좋았고 결선에 진출하기를 바랐다. 준결선에서 리스트를 연주했을 때 임윤찬이 초월적 경지에 도달했다고 느꼈는데 이는 빠른 손가락의 영특함보다는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가 리스트의 수사학, 시야, 성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속도가 아니라 일종의 내면의 카리스마다."
한국일보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스티븐 허프 지음·김하현 옮김·현암사 발행·520쪽·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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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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