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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빚으로 버티는 한전, 회사채 한도 2배 넘겨…채무불이행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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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편집자주] 현재 한국전력은 전기 1만원 어치를 사서 6000여원(산업용 기준)에 판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다. 전 정부에서부터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진 가운데 연료비가 급등한 탓이다. 올해 30조원에 달할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전의 유동성 위기와 자본잠식을 막을 방법을 찾아본다.

[MT리포트] 벼랑 끝 한전, 올려야 산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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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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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약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잔액이 한도의 2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한전의 회사채 발행이 막혀 전력거래대금을 제때 못 내는 경우 전력거래가 중지돼 자칫 '전력시장 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한전의 회사채가 시장에 쏟아짐에 따라 다른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채권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전은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11조원에 달했던 당기순손실이 하반기엔 더 확대되고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올해와 내년 연간 약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38조1000억원이었던 누적 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약 70조원, 내년 11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경우 한국전력공사법상 규정한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크게 넘어선다는 점이다.

한전법은 회사채 발행액이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적립금은 순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30조원 적자가 예상되는 올해의 경우 회사채 발행 한도가 크게 쪼그라든다.

한전은 회사채 발행 한도가 2021년 91조8000억원에서 올해 29조4000억원, 내년 6조4000억원으로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의 경우 누적 회사채 발행액이 약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한도를 2배 이상 초과하게 되고, 내년에는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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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전력거래대금 지급 등에 필요한 부족 자금의 90% 이상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 당장 경영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전기사업법에 규정된 전력시장운영규칙상 한전이 전력거래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돼 전력거래가 정지되는 문제가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한전의 적자가 30조원을 넘을 우려가 있다"며 "공기업이 30조원의 적자를 갖고 있으면 더 이상 전력구매대금 지급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전은 국회에 한전법 개정을 통한 회사채 발행 한도의 확대(자본금·적립금 합산 금액의 2배→8배), 한도 초과 단서 조항의 삭제 방안 등을 국회에 건의했다. 구자근 의원은 "해외 에너지 공급가격의 급등으로 한전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 사채발행 한도가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한전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하며 사채발행 한도를 조정하는 한전법 개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에 따른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채권시장의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금리를 상승시키는 등 채권시장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채권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이 발행하는 전력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지난해 2.11%에서 지난 8월 3.5%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국내 회사채 시장에선 CJ프레시웨이, NS홈쇼핑 등 우량기업들이 3%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음에도 모집액을 달성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한전의 '전기를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지난해 ㎾h당 평균 94원, 전기 판매단가는 108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SMP는 169원으로 뛰고 전기 판매단가는 110원에 머물며 1㎾h 당 59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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