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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기까지 동원"…러 징집 30만인데, 이미 20만 해외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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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행 비행기 만석…조지아 국경 차량행렬 16㎞

美대사관 "러시아 체류중인 美시민 당장 떠나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표 후 일주일 만에 러시아인 20만여 명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징집을 피하기 위한 러시아인들의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이 이어지며 항공료와 주변국 숙박비도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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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러시아 남성들이 조지아-러시아 국경 세관을 통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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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카자흐스탄·조지아·유럽연합(EU) 등 러시아 주변국의 집계를 인용해, 지난 21일 이후 국경을 빠져나간 러시아인이 2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21일은 푸틴 대통령이 전체 예비군 2500만 명 중 30만 명을 징집하겠다는 내용의 부분 동원령을 내린 날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일주일만에 러시아인 9만8000명이 입국했다고 밝혔다. 조지아로는 5만3000명의 러시아인이 들어왔다. EU 회원국으로 입국한 러시아인은 전주 대비 30% 늘어난 6만6000명이었다. EU 국가 중에서도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로의 입국자가 대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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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징집령을 피해 카자흐스탄 우랄로 온 러시아인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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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튀르키예(터키)·아제르바이잔 등은 러시아인 입국자 수를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외신은 "해외로 도피한 러시아인 출국자는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부분 동원령 발표 직후, 러시아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이들 나라로 떠나는 비행기는 가장 먼저 매진됐고, 차량으로 국경을 넘는 사례도 늘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탈출을 위해) 전세기를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일부는 항공 좌석 확보를 위해 수천 달러를 지불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로 온 32세 러시아 남성은 “아내와 1살 난 아들, 부모님을 두고 왔다”면서 “내 인생 전체가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탈출 행렬은 항공료와 숙박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발(發) 아르메니아 예레반행(行) 항공권 가격은 3000달러(약 430만원)인 반면, 예레반에서 러시아로 들어가는 항공권은 240달러(약 34만원)로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러시아 주변국에서는 호텔 투숙비가 2배 오르기도 했다.

육로를 통한 엑소더스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조지아의 접경지역에는 차량 행렬이 10마일(16㎞) 이상 이어졌다. 30대 러시아 남성 블라디미르는 “도로가 막혀 차에서 움직이지 못하다가, 국경선이 폐쇄될까봐 아이와 함께 걸어서 국경을 통과했다”면서 “마치 종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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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우랄 중앙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징집령을 피해 카자흐스탄으로 온 러시아인들을 위해 따뜻한 음료와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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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들은 탈주한 러시아들의 거취 문제로 난감한 상황이다. 카자흐스탄 중앙역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러시아인들을 위해 텐트를 치고 식사와 물·전화카드 등을 무료로 배급하고 있다. 일부는 모스크·카페·영화관 등에서 잠을 청했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하루 밤에 200명씩 몰려와 극장에서 잠을 잔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러시아 탈출’을 권고했다. 주러 미국대사관은 28일 홈페이지에 "미국 시민은 러시아로 여행해선 안 되고, 러시아에 살 거나 여행 중인 시민은 즉각 러시아를 떠나야 한다"면서 "러시아는 이중국적의 미국 시민을 징집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는 자국민의 러시아 여행을 금지하는 여행 경보 4단계(최고 등급)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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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사진. 지난 25일(현지시간) 조지아와 러시아 국경 검문소 인근에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행렬이 길게 늘어선 모습.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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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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