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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부가 놓친 IRA '골든타임' 열흘, "펠로시 방한도 이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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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매체 애틀랜타K 이상연 대표, MBC라디오 인터뷰

"해리스 부통령 측, 한덕수 총리와 '협상' 아닌 '토의' 강조"

"방한 목적은 전기차 문제 아닌 안보·대북 문제"

"미국 로비업체 고용하고도 동향 몰랐다는 건 무리한 주장"

"한국 정부에 골든타임이었던 열흘, 그 사이 펠로시 방한"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와 관련 우리 정부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법안이 미 의회를 최종 통과되기 전 심의 기간 동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방한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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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지역 한인매체인 애틀랜타K 이상연 대표는 28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짚었다. 이 대표는 외교부가 미국 로비업체를 고용하고도 IRA 통과 관련 정황을 확인못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제가 살고 있는 이곳 조지아주에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이 들어선다. 그래서 조지아 주지사 연방위원들 같은 경우는 이 문제(IRA 통과에 따른 한국 브랜드 전기차 보조금 제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현지에서는 현대차 투자에 문제라도 생기는 것은 아닐까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공장이 들어서는 만큼 미국 지역 경제와도 연관된 문제라 지역 의회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수행한 핵심 관료가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이다.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서 한국과 무슨 약속을 했거나 무슨 최종적인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오늘 만남에서 전기차 문제는 협상이 아니라 단순한 디스커션(discussion) 즉 토의였다’고 정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한덕수 총리와 일본에서 했다는 전기차 문제 논의는 향후 결과를 도출하는 협상 수준의 대화는 아니었다고 해리스 부통령 측 인사가 직접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다 아시겠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방한한 목적은 안보와 북한 문제인데 이렇게 당장 해결이 어려운 전기차 보조금 문제로 아마 논점을 흐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해리스 부통령 측은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방한 핵심 의제로 삼고 싶지 않아하는 뉘앙스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국 외교부가 미국 로비업체 5곳을 고용했음에도 IRA 논의를 전혀 몰랐다는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외교부가 영향력 높은 업체를 고용한 점 등을 미뤄 외교부가 동향 파악을 못했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미국에는 의회 대상 로비 업체만 2000개가 넘고 가장 큰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 한국 정부가 고용한 업체 중에는 ‘에이킨 검프(Akin Gump)’라는 가장 영향력이 높은 로비 회사도 있다.

이 대표는 사우디나 이스라엘 정부가 사용하는 로비 비용을 감안하면 이번에 드러난 외교부 지출은 그리 큰 편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의회에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이런 대형 로비 업체나 이들을 고용한 한국 정부 또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전기차 보조금이나 IRA 같은 문제의 동향을 알지 못했다고까지 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이 대표는 “그것보다는 로비업체의 도움을 받고도 이에 대한 대응이 민첩하지 못했다, 이렇게 비판하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로비업체를 고용하면 한국 정부 이익과 관련된 사안 전반을 확인해 보고하기 때문에 보고된 사안 중 일부를 우리 정부가 확인 못했을 여지가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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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IRA가 미 의회에서 빠르게 처리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의회에서 법안 수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골든타임을 한국 정부가 놓쳤을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 7월 27일이다...그래서 이 날짜부터 각국 정부와 자동차 회사들에 비상이 걸렸고 이후 상원에서 8월 7일 날 통과가 됐으니까 한 열흘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원에서는 난상토론을 거쳐서 여러 장이 수정됐는데 하원에서는 거의 수정 없이 통과됐다. 한국 정부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다면 골든타임이라고 볼 수 있는 열흘 사이에 뭔가를 했어야 했는데 이 기간에 뭘 했는지를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 기간 중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한국을 방문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우리 시간으로 8월 3일 밤 한국에 도착해 8월 4일 하루 일정을 치렀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펠로시 의장 접견을 생략해 적절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중간 선거가 시작돼 대부분의 의원들이 선거전에 들어간 점, 선거 후 내년 1월이 돼야 의회가 다시 열리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의회 차원의 해법에는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이 대표는 “해리스 부통령이 일본에서 법안의 임플리먼테이션(implementation) 즉 시행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방안이 있을까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는데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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