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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동물은 교감 생명체" 병원 배상 판결에도 처벌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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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사회부 허지원 기자


[앵커]
우리나라 반려인구가 1500만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우리 민법상 동물은 '물건'에 해당하죠.

가족같이 생각하는 반려동물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함부로 다뤄졌던 경험 있으신 분들 꽤 계실겁니다.

저희 CBS는 작년 9월부터 동물병원에서 벌어진 각종 사고를 취재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짚어왔는데요. 취재를 해온 사회부 허지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허기자 어서오세요.

허기자도 반려동물과 함께 사나요?

[기자]
네. 저는 시츄 두 마리 릴리, 말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앵커]
평소 동물병원을 다니면서 어떤 문제나 불안감을 느꼈나요?

[기자]
강아지들이 나이가 있다보니 수술 받거나 할 때 잘못될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요. 그런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상태에서 관련 제보를 받아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앵커]
제가 알기로는 동물병원에서 잘못된 치료 받다가 다치거나 죽어도 배상받기 어렵고,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건 더 한계가 큽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에서 좀 달라진 판결이 나왔다면서요.

[기자]
네. 지난 8일 법원은 충남 아산시 A동물병원의 수술로 반려견이 피해를 본 김성태씨가 해당 병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김성태씨는 2020년 7월 A동물병원에 반려견 보리의 발바닥 피부병 치료를 맡겼는데요. 원장의 권유로 입원치료를 하고 중성화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중성화 수술한 배 부위가 두 번이나 벌어져 피부와 조직이 괴사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씨가 재산상 손해로 주장한 금액 약 220만원과 위자료 200만원이 전액 인정돼 완전히 승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판결문에서 의미있다고 보이는 지점은요?

[기자]
크게 3가지인데요.

먼저 재판부는 반려견이 원고 부부와 육체적, 정신적 교감을 해온 생명체다. 그래서 '객관적 교환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병원장 측은 6살 폼피츠의 시중 분양가인 15만원 내지 40만원 범위로 손해액을 주장했는데요. 재판부는 수의사는 치료행위에서 전문가인데 가격에 대해 주장하는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또 하나는 수의사의 진료행위에 대해서도 의료법상 일반 의료인에게 적용되는 법리를 유추 적용한 것입니다. 의료사고가 특히 어려운 게 입증책임 때문이잖아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다른 의료법 판례만큼 보호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겁니다.

피해자 김성태씨의 말 들어보시죠.

노컷뉴스

중성화 수술 후 몸속에 스테이플러 심이 남아있는 보리 엑스레이(X-ray) 사진. 보호자 측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성화 수술 후 몸속에 스테이플러 심이 남아있는 보리 엑스레이(X-ray) 사진. 보호자 측 제공
[인서트: 피해자 김성태씨]
제가 이런 사고를 당하기 전에는 이런 건 상상도 하지 못했죠. 병원에 수의사라고 그러면 당연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수의사를 할 거라고 생각을 했고 가족 같이 이렇게 좀 관리를 해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근데 이렇게 이제 겪고 나서 보니까 제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는 게…

지금까지는 동물병원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진료기록부나 CCTV 등 증거자료를 먼저 다 주장해야 할 처지였다면 앞으로는 그 책임이 상대편, 병원 측에도 좀 나눠졌다.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또 재판부는 중성화 수술 과정에 들어간 마취 주사 비용 등도 손해배상 책임 범위에 포함했습니다. 수술 과정에 들어간 비용까지 책임지라고 한 건 사실상 '제대로 된 수술이 아니다'는 의밉니다.

[앵커]
반려동물 키우는 분들께 위안이 됐을 판결인데, 동물병원 측은 반응이 어땠나요?

[기자]
대법원에 상고했고요. 4개월 안에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요. 민사소송은 상고심 절차 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이 상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면 '심리 불속행 기각'이라고 대부분 기각합니다. 이 건은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게, 1심에서도 손해액이 전액 인정됐고 2심 판결문에는 앞서 언급한 의미있는 내용이 명시됐기 때문입니다.

[앵커]
민사가 아닌 형사 사건에선 수의사의 과실 책임을 물을 수 없나요?

[기자]
어렵습니다. 일단 동물학대의 경우 고의적으로 범행한 고의범만 처벌하도록 돼 있는데요. 과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습니다.

해당 병원장 이력을 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과 경기도 등 지역을 옮겨 다니며 동물병원을 열었다 닫았다 했어요. 의료 사고를 낸 뒤 책임을 회피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아산시에서 2019년 말부터 운영한 A동물병원에서만 피해자 10여 명이 나왔다는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고의적으로 동물을 죽였다. 이런 부분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운겁니다. 피부를 째고 정작 제대로 된 수술을 하지 않거나, 수술 회복 과정에서 올바른 처치를 하지 않는 등 사실상 '학대'로 보이는 행위도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한거죠. 이 원장도 피해자들로부터 동물학대 등 혐의로 고소 당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동물법 전문 한재언 변호삽니다.

[인서트: 동물법 전문 한재언 변호사]
수술하면서 과실로 동물이 다치거나 그랬을 때는 형사상 처벌 규정이 없죠. 이걸 막으려면 실은 최소한 동물보호법을 고의범이 아니고 중과실이 있는 경우까지 처벌하게 해야 돼요

[앵커]
수의사의 의료 윤리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현행법상 개별 수의사의 일탈이나 범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요.

[기자]
네 현직 수의사 등 전문가들은 수의사 진료업이 발전한 데 비해 반료동물에 대한 수의사들의 인식 수준이나 제도는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의사 윤리강령은 30년 전에 제정돼 식량으로서의 동물 위주에 수의사 상도덕 수준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대한수의사회는 윤리강령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궁극적으로 수의사법상 수의사의 의무사항과 위반 시 규제를 강화해야 법 준수에 대한 실효적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사람처럼 진료기록부 발급을 의무화하거나 수의사 결격사유 범위를 넓히는 방안 등이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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