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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넘어진 오토바이 도와줬더니…“당신 때문에 사고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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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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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에 쓰러져 있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도와줬다가 도리어 가해자가 될 뻔한 사연이 전해졌다.

28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앞으로 사람이 죽어가든 뭐든 절대 도움 주지 않을 거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난다”며 전날 오후 9시경 겪은 일을 전했다.

40대 직장인이라는 A 씨는 “퇴근 후 집에 가고 있는데 오토바이가 길가에 쓰러진 채 사람이 깔려있었다”며 “우회전 도로라 위험해 보여 급히 대피 구역에 차를 정차한 후 달려가 오토바이는 일으켜 세우고, 사람은 인도 쪽으로 피신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씨는 오토바이를 세우는 내내 운전자에게 “괜찮으세요?”라고 물었으나 답이 없었다고 한다. 운전자가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생각한 A 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재차 “119 불러드릴까요? 병원 가보세요”라고 말을 건넸으나 끝까지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황당한 일은 바로 다음 벌어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판단한 A 씨가 집에 가기 위해 자리를 뜨려 하자 오토바이 운전자 B 씨가 갑자기 A 씨를 붙잡으며 “어딜 가시려고요? 아저씨 때문에 저 사고 났잖아요”라고 말한 것. 당황한 A 씨가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자, B 씨는 “그냥 좋게 해결하시죠?”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A 씨가 “블랙박스에 다 찍혔다”고 말하며 경찰을 부르자 B 씨는 그제야 자신이 잘못 본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후 A 씨는 뺑소니로 신고당할 것을 우려해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귀가했다.

A 씨는 “너무 기가 막히고 화가 난다. ‘내가 왜 그랬을까’하는 자괴감도 몰려왔다”며 “오토바이 정리하고 나서 운전자에게 ‘파스라도 사서 붙이시라’고 말하면서 5만 원권을 건네려고 했는데 그 5만 원권이 꼬깃꼬깃 구겨져 있는 걸 보니 더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론 누군가 저런 일을 당하면 그냥 지나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만 든다”며 “여러분도 누군가를 도울 때 본인을 변호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상황 하나쯤은 꼭 갖고 하길 바란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배달원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하는 자제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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