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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4절기 마디마다 옹이진 여성의 삶, 춤과 노래로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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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삼식·정영두·최우정 합작

음악창작극 ‘마디와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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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해 쇼케이스 형태로 선보인 <마디와 매듭> 공연. 도시화 이전 윗세대 여성들의 삶을 노래와 춤으로 엮어 24절기로 풀어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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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마디가 없더라마는/ 구곡간장 옹이진 마음에/ 구비구비 서린 말이 몇 마디더냐~”

저마다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음악극 3인방’이 다시 뭉쳤다. 극작가 배삼식, 안무가 정영두, 작곡가 최우정이 이번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작 공연으로 합을 맞춘다. 도시화 이전, 윗세대 여성들의 삶을 춤과 노래로 엮어 24절기로 풀어낸 공연 <마디와 매듭>(10월7~8일)에서다.

‘자연의 리듬인 24절기, 시간의 마디 속에서 여인들이 어떻게 세월을 매듭지으며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작품.’ 배삼식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마디와 매듭>을 이렇게 축약했다. 작품은 절기의 풍경과 풍속을 따라 흘러간다. 시간의 마디마다 ‘옹이진’ 여인들의 마음에 ‘서린’ 이야기를 춤과 노래에 담아낸다. 감각적 이미지, 한국어의 말맛을 살린 리듬감, 사유의 깊이가 더해진 ‘배삼식표 대본’엔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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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배삼식은 감각적 이미지, 한국어의 말맛을 살린 리듬감, 사유의 깊이가 더해진 중독성 있는 대본으로 ‘대세 극작가’로 떠올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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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정은 이 작품의 음악을 ‘비빔밥’에 비유했다. “정가와 서도민요, 판소리에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섞었어요. 음악이 배경에 머무르지 않고 춤과 대화를 합니다.” 안무와 연출을 맡은 정영두는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하고 최대한 절제하고 깔끔한 춤 동작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현대음악과 오페라, 뮤지컬, 합창극을 넘나드는 작곡가 최우정은 ‘음악극의 원톱’으로 꼽힌다. 안무가 정영두는 연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전방위 예술가’로 떠올랐다. 운율이 깃든 대본으로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대세 극작가’로 등극한 배삼식에겐 요즘도 작품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 ‘식·두·정 3인방’은 2017년 초연한 음악극 <적로>에서 솜씨 있는 앙상블을 선보이며 호평받은 바 있다. 이 3인방에겐 ‘연극’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최우정은 극단 ‘연희단거리패’와 ‘우리극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정영두도 출발은 극단이었다. 배삼식은 “셋이서 일을 하면 따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한달 걸릴 일이 하루 정도면 끝난다”고 했다. 그만큼 호흡이 척척 맞는다는 얘기다. 2024년 문을 여는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막 공연도 이 3인방이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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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인 작곡가 최우정은 연극과 오페라, 뮤지컬, 극음악을 넘나들며 대표적인 ‘극장음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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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출발점은 2020년 아시아문화전당의 ‘아시아스토리 공모전’이었다. 아시아 여성들이 겪는 차별을 다룬 수상작 <아시아인이라 죄송합니다>(공규리)를 통해 ‘아시아 여성들의 삶’을 새로 만들 공연의 키워드로 선정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정영두에게 작품을 의뢰했고, 이어 배삼식과 최우정이 합류했다. 제작은 배삼식이 쓴 대본에 최우정이 곡을 붙이고 정영두가 춤을 만드는 순서로 진행됐다. 지난해 ‘쇼케이스’ 형식으로 6절기를 무대에 올렸고, 이번엔 13절기를 공연한다. 정영두는 “이번 공연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24절기로 늘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의 제작진, 많은 예산을 투여해 2년 넘게 공들인 작품을 광주에서만 단 두차례 공연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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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출신 정영두는 연출로 영역을 넓혀가며 ‘전방위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아시아문화전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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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여성이 아닌, 윗세대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뭘까. 배삼식이 답했다. “주어진 삶의 조건에 맞서 싸우는, 주체적이고 능동적 여성의 삶을 표현하는 일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과거 그렇게 살지 못했던 여성의 삶을 기억에서 배제하고, 우리 공동체의 이야기에서 추방하는 일은 온당치 않아요. 그들의 삶을 현재의 기준에 맞춰 선별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그런 삶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을 작품에 반영하려 했습니다.” 이어 그는 “과거 여성들의 삶이 인고와 희생이란 고정된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기를 바랐다”며 “그분들 삶의 즐겁고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들, 힘든 삶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품격을 지키고 놓지 않으려 했던 아름다움과 다양한 욕망을 가감 없이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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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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