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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영지 ‘쥐뿔도 없지만’ 당당·솔직…예능 ‘찐매력’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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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뿅 지구오락실>에 출연한 이영지. 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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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인스타그램에서 가수 이영지에게 한 팬이 물었다. 유튜브 웹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이하 ‘차쥐뿔’)에 화장하지 않고 출연하는 이유가 뭐냐고. 이영지는 답했다. “킹(열)받으라고. 농담이고 사실 별 이유 없고 신경도 잘 안 쓴다. 게스트에게 더 편한 차림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서 (화장) 안 했다. 사실 조금 귀찮기도 하다.” 솔직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웃긴 게 화장하고 밖에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본다”고 했다. 웃음 짓게 하는 얘기다.

이런 솔직함과 유머 감각을 앞세워 이영지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대세 연예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차쥐뿔’은 이영지가 스타를 자기 집에 초대해 술과 안주를 대접하는 ‘술 먹방’ 웹 예능 콘텐츠로 ‘대박’을 치고 있다. 구독자가 166만명(28일 기준)이나 된다. 지난 6월10일 ‘합법적 망나니가 되기 위한 첫발’이란 제목의 에피소드가 처음 나간 뒤, 에피소드마다 놀라운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그룹 있지 채령 편은 1271만회, 세븐틴 호시 편은 1080만회, 몬스타엑스 형원 편은 943만회, 트와이스 나연·채영 편은 761만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편은 75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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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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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만에 이런 인기를 끌자, ‘차쥐뿔’은 아이돌이 꼭 거쳐야 할 필수 코스로 꼽힐 정도다. 최근엔 덴마크 출신 팝가수 크리스토퍼도 이곳을 찾아 이영지와 삼겹살을 나눠 먹으면서 영어로 대화하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처럼 뜨거운 인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팬덤이 있는 아이돌을 초청하는 ‘미친 섭외력’을 들 수도 있겠지만,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의 차별점도 돋보인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는 아이돌이 단체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차쥐뿔’에는 아이돌 멤버 한명, 많아야 두명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좀 더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술 한잔을 걸치니 콘텐츠에 내숭 없는 솔직담백함이 묻어 나온다. 이영지 특유의 과감하고 꾸밈없는 입담도 맛난 안주처럼 더해진다. 주체할 수 없는 텐션으로 게스트의 색다른 매력을 잘 꺼내는 것도 이영지의 매력이다. 길이가 긴 콘텐츠를 달가워하지 않는 엠제트(MZ)세대에 맞춰 20분 안팎으로 분량을 짧게 끊는 것 역시 인기 포인트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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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 출연한 몬스타엑스 형원 장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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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의 본업은 예능이 아니라, 가수다. 2019년 힙합 경연 프로그램 <고등래퍼3>(엠넷)에 교복 차림으로 나와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여러 예능 방송에 나와 초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활약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 16일 종영한 나영석 피디의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티브이엔)에서도 코미디언 이은지, 오마이걸의 미미, 아이브의 안유진과 함께 통통 튀는 분위기 메이커로 프로그램 인기몰이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은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재미있는 사진·영상·그림 등의 콘텐츠)을 만들어내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이영지는 2020년 말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독려하며 “나가지 말라면 나가지 마. 모이지 마. 밥 먹지 마. 배달만 시켜. 떡볶이만 먹어”라는 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이 영상이 인기를 타서 소녀시대 태연, 엑소 카이, (여자)아이들 미연 등이 따라 하며 밈이 됐다.

이영지는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나가지 말라면 나가지 마’라는 문구를 이용한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 2억4천만원을 기부하며 선행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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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 출연한 크러쉬 장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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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이영지가 예능에서 맹활약하면서 본업인 가수 활동은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영지가 힙합에서 역량을 발휘했기에 이런 의견이 제법 힘을 얻고 있다. ‘차쥐뿔’에 나온 가수 크러쉬는 “영지씨가 노래를 너무 잘한다. 영지씨가 좀 더 앨범을 많이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이영지는 “랩 하나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쉽게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점점 하고 싶은 장르가 늘어난다”며 “그러다 보니 더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지금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했다.

이영지는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개인 인스타그램에서 두건·히잡·모자·스카프로 머리를 가린 모습으로 자주 나온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햇빛 알레르기 등 여러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이영지는 “알레르기, 그런 것 없다”며 “혼자서 헤어스타일링을 잘 못한다고 생각한다. 헤어숍에 가지 않는 날이면 머리를 가린다”고 했다.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이영지다운 얘기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엠제트세대를 사로잡는 이유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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