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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北, 美 핵항모에 맞대응 과시… ‘전략적 도발’ 명분쌓기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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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급격히 고조시키지 않고

한·미 방위태세·美 확장억제에 ‘맞불’

최고 고도 30㎞… 사드로 요격 어려워

NSC “안보 빈틈 없게 대비태세 유지”

국정원 “金·시진핑, 친전 8회 주고받아”

북한이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쏜 것은 한반도 정세를 급격히 고조시키지 않으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맞설 능력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세계일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발사와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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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현재 동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있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방한(29일)이 예정된 상황에서 북한이 25일에 이어 재차 도발한 점에 주목하고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18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이날 발사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6번째다.

NSC 상임위 참석자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안보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상시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의 실행력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과 미사일 발사 직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재확인했다.

군 안팎에서는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26∼29일 동해상에서 한국 해군과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25일에 이어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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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부산 레이건호(CVN-76)가 한미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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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제원상 사흘 전 북한이 발사한 것과 유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KN-23) 계열의 미사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고고도 약 30㎞로 약 360㎞를 변칙궤도로 비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도 30㎞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최저 요격고도(50㎞)보다 낮아 대응이 쉽지 않다.

북한이 지난 9일 공개한 핵 무력 정책 법령에서 공세적·선제적 핵 사용을 천명하며 스스로 핵보유국 지위에 있다는 것을 사실상 선언한 만큼 미국의 억제정책에 관계 없이 핵·미사일 기술 유지와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사 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초부터 지난 6월까지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던 상황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는 점에서 도발 수위를 서서히 끌어올리면서 제7차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을 실시할 명분을 쌓으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복구를 완료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정만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에서 풍계리 3번 갱도가 완성됐고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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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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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의원은 북·중 관계와 관련해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친서 교환이 8번 정도 있었다”며 “그중에서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는 2회로 관측된다는 (국정원의)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친서의 내용과 오간 시점 등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유상범 의원은 “김 위원장과 친서가 아니라 ‘친전’이 8회 오갔고,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6회,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2회를 보낸 것으로 수정하겠다”고 부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예상한 시기(10월16일∼11월7일)가 북한 입장에서도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가장 좋을 때”라며 “결국 미국의 중간선거 전에 7차 핵실험을 감행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 정부가 미리 날짜를 선제적으로 예상한 것을 밝히면서 북한의 핵실험을 억제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찬·배민영·조병욱·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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