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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도 가족도 버거운 ‘치매의 무게’… 맞춤 돌봄이 덜었죠” [심층기획 - 지역사회 ‘노인돌봄’ 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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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돌봄 허브 ‘치매안심센터’ 아시나요

치매 91만명… 65세 이상 10명 중 1명

고령화 빨라지면서 환자 급증세 전망

치매안심센터 전국 256곳, 분소 227곳

가족 교육·힐링프로그램 등 집중 지원

전문가와 함께 고위험군 선제 발굴도

이용자 인지 개선·우울 감소효과 ‘톡톡’

“복지 내실화·인력 양성 등 뒷받침 필요”

정부, 전국서 ‘치매안심마을’ 641곳 운영

공공후견 통해 학대 방지·재산관리 지원

인식 개선 위해 치매 용어 변경도 검토 중

공항에서 아내를 바로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한 경험을 한 50대 A씨. 진단 결과 치매경계 단계였다. 처음에는 진단을 인정할 수 없었다. 혼자 극복해보려 애를 써봤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현실을 받아들인 A씨는 치매안심센터에 등록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았다. 인지 학습과 신체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치매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A씨의 아내는 다른 치매 환자 가족과의 자조 모임을 통해 위로받으면서 A씨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는 치매는 완치가 어려워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환자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치매에 대한 선입견과 돌봄 부담 때문에 적절한 준비와 대처가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는 치매 환자가 병원·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역사회 최일선에서 치매 환자 발굴부터 관리, 서비스 중심 기관으로 역할을 하는 곳이 치매안심센터다. 기능 강화와 인력 등 인프라 확충, 전문성 제고는 앞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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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안심센터 쉼터에서 경증 치매 환자들과 함께 치매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인지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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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인지장애부터 치매 환자까지 맞춤형 서비스

28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1’에 따르면 2020년 말 전체 치매상병자 수는 91만1529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 치매상병자 수가 82만9227명으로, 91%를 차지한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 인구(813만명)의 10.2%가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경도인지장애는 약 30만명에 이른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 기능의 저하가 뚜렷하지만,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지 않아 아직 치매가 아닌 상태다. 경도인지장애가 3년 내 치매로 진행할 위험성은 60%로 높다.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는 앞으로 급속히 증가할 전망이다. 중앙치매센터는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가 2030년 136만864명, 2060년에는 332만5602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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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안심센터는 이들 치매 환자 발굴부터 관리, 가족 지원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국 256개, 분소 227개가 설치돼 있다. 방문자에 대해 상담·검진으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주간보호센터나 노인복지센터와 협업해 치매 고위험군 또는 치매 환자를 찾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라면 인지강화 교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1년에 한 번 정기 진단검사를 통해 추이를 살핀다.

치매 환자에게는 일상생활 수행 능력 훈련, 인지프로그램 등 집중 관리를 제공해 악화를 늦춘다. 낮 시간 경증 치매 환자를 보호하는 쉼터도 운영한다. 소득 기준에 따라 최대 15만원의 진단검사비와 최대 연 36만원의 치료관리비를 지원한다. 요양보호사에 치매 관련 교육을 제공, 장기요양 이용자 가정을 방문해 인지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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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관련한 도움도 준다. 60대 B씨는 센터가 장기요양을 대리 신청해주면서 5등급을 받아 요양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경우다. 독거노인인 90대 C씨는 혼자서 식사 등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센터에서 요양병원에 입소할 수 있게 지원했고, 공공후견인을 선정해 통장 관리 등을 하도록 했다.

환자 가족·보호자를 위해서는 치매 질환의 특성, 돌봄 방법, 간병 스트레스 관리 방법 등을 교육하는 가족 교실, 미술·공예 등 힐링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다른 환자 가족들과 만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자조 모임도 지원한다. 치매 남편과 둘이 살던 D(70대·여)씨는 “누워만 있으려는 무기력한 남편을 돌보며 하루하루 지쳐갔는데, 힐링프로그램인 산림 치유, 원예 활동에 남편과 함께 참여하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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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거주·인지 개선 등 성과… 내실화 과제

치매안심센터 설치 효과는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치매안심센터 쉼터 이용자들의 인지 기능 점수는 이용 전 19.15점에서, 이용 후 20.5점으로 상승했다. 노인우울척도는 6.55점에서 5.05점으로 개선됐다. 가족 교실을 이용한 환자 가족들도 이용 전후 우울감이 6.63점에서 4.79점으로 낮아졌다. 치매 환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 비율은 2018년 76.7%에서 2019년 80.7%, 2020년 85.1%로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된 치매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60% 수준이다. 센터 등록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전체 환자의 절반에 불과하다. 더 많은 환자가 국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센터의 기능도 지역별 특성과 개개인 상황에 맞춘 복합적인 예방, 치료·돌봄, 복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실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내 보건·요양·돌봄·복지 기관과의 유기적 연계를 고민하고, 인력 양성·전문화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는 치매 환자를 모두 요양병원 등 시설에 보낼 수 없기에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료 접근 외에도 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인력 교육, 시스템 정비, 사례 관리 매뉴얼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택시 연계 ‘실종 치매환자 찾기’ 등 운영 활발

정부는 지역사회 치매 환자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것이 치매안심마을이다. 지역사회 구성원이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 및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읍·면·동 단위로 조성하는 마을이다. 복지관, 금융 기관, 의료 기관, 대중교통 등 지역 자원이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마을 운영 전반에 관한 의사결정을 한다. 지난해 말 기준 641개 마을이 운영 중이다.

마을마다 형태는 다양하다. 서울 동대문구의 경우 관내 택시회사와 손잡았다. 실종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정보를 공유 받아 인근 기사들이 찾기에 나서고, 환자 발견 시 귀가를 돕는다. 경북 의성군에서는 ‘기억보듬학교’를 통해 단체 학습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내 경찰서, 소방서와 연계해 치매 어르신에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한글 교실, 만들기 교실 등도 지역 자원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

치매 의료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전문병상과 전문 의료 인력을 갖춘 병원으로, 전국 9개소가 지정돼 있다.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행동심리증상을 동반하는 치매 환자를 집중 치료한다. 병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단기 입원을 통해 다시 지역사회로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립요양병원(77개소)에는 지난달 말 현재 치매 환자 전문 병동 57개소를 확충했다. 공립노인요양시설이 없는 지역에는 치매 전담형 시설 115개 건립을 추진 중으로, 지금까지 25개소가 완료됐다.

공공후견 제도를 통해서는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치매 환자가 민법상 후견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실질적 지원이 없는 경우, 저소득층, 학대·방임 등으로 후견이 필요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자격을 갖춘 공공후견인이 치매 환자의 재산 관리, 관공서 서류 발급, 병원 진료, 물건 구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정부는 인식 개선을 위해 ‘치매’ 용어 변경을 고민 중이다. ‘치매(癡呆)’는 어리석을 치(痴)자와 어리석을 매(呆)를 합쳐 만든 용어로, ‘어리석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 인식을 준다는 지적이 많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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